떠나야겠다- 광릉숲 국립수목원

마음에 남은 풍경

by 기차는 달려가고

입춘이 지나고 경칩도 지났건만 여전히 춥고 황량한 겨울이다가.

따사로운 봄볕이 들판에 쏟아지면 풍경은 놀랍게 빨리빨리 바뀌어간다.

꽃이 피었나, 싶더니.

기온이 널뛰기를 하거나 말거나,

나무들은 연신 연둣빛 이파리들을 퐁퐁 터트렸다.

삭막한 도시는 금세 푸른 이파리들로 화사해졌다.


봄 숲을 보러 가야지.

머릿속에서야 높은 산, 깊은 산 모험과 탐험으로 바쁘시지만.

현실은 지극히 쫄보인 나는,

안전한 수목원으로 풍성한 봄을 만나러 간다.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


입구에 딱 들어서면 이런 풍경이 보인다.


또 이런 풍경도.


두근두근.

보살핌을 받는 나무들은 맘껏 뻗어나가고.

연둣빛 여린 봄 이파리들이 기쁜 봄을 보여준다.

빙글빙글 반나절 전철과 버스를 타고 오느라 졸음이 쏟아졌던 나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사뿐사뿐 발걸음이 어찌나 가벼워지는지.

벙글벙글 절로 웃음이 나온다.




군데군데 봄꽃이 남아 있었고.

이파리가 솟아나는 봄의 나무들은 연푸른 빛이라고는 하지만.

그 빛깔은 제각각이어서,

노란빛이 있다거나 희끗희끗하다거나.

저마다의 빛깔로, 제각기의 모양과 속도로,

열심히 열심히 생명력을 뽐내면서 힘껏 솟구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앞다투듯 이파리들을 내밀며 자라나는 이 계절에.

끄떡도 아니하고 여전히 묵묵부답,

갈색의 맨몸으로 봄볕을 받으며 느긋하더군.


겨울을 견딘 형님들과 이제 막 태어난 아가들.



아직 이파리들이 무성하지는 않은 봄이어서,

걷다 보면 가려지지 않은 군데군데 빛이 쏟아지고.

기세가 세찬 한여름의 숲과는 다른, 밝은 명랑함이 있다.



숲에는 나무와 꽃들만이 아니었다.

큰 새, 작은 새, 끼욱 끼욱 굵은 소리를 내며 날아가고.

윙윙, 날갯짓이 힘찬 벌들은 얼마나 크던지.

흰나비들도 팔랑팔랑 제맘대로 날아다녔다.


흰나비 두 마리와 노란 꽃


그리고 튼튼한 개미도.



경사가 있는 숲길을 걸어 오르다 보니,

어느 순간,

시야에는 포장된 길 말고는 인공의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아.

마치 깊은 숲 인양.

사진으로는 구별되지 않는데 나무들 저쪽에 산이 있다.

아, 비루한 나의 사진들이라니!

탄식


돌 틈으로 개울도 졸졸 흐른다.



수목원이라 사람 손이 가고,

다양한 생물체들을 보존하고 보여주는 곳이라 자연 그대로는 아니다.

방문객들이 다닐 수 있는 면적도 제한적이고.

대신 우리는 편하고 안전하게 숲을 만날 수 있다.

오후 4시 무렵에는 방문객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호젓하게 길을 걷고 쉬며 고적한 숲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복 받은 시간.

행복한 한나절이었다.


호젓한 시간.


해설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숲에 관해 배울 수도 있다.

자연을 기에 좋은 곳이다.

다음에는 나도 꼭! 공부를 하자.


아쉬움을 안고 수목원을 나왔다.

안녕.

또 올게.

한창이던 조팝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