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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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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달려가고
Jun 24. 2021
우리 어릴 때, 어느 집이나 낮에는 대문을 거의 잠그지 못했다.
서울인데도 말이지.
집집마다 나이 차가 있는 애들이 여럿이고,
그 아이들은 마당에서 놀다,
골목에서 동네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놀이를 하나 싶다가는,
우르르 이 집 저 집 몰려다녔으니
대문이 닫힐 틈이 있나.
들락날락 온 동네가 아이들 놀이터였지
.
그네 달린 집은 인기가 좋았다.
아이들이 한꺼번에 많이 올라타서 삐그덕 삐그덕 그네는 힘겹게 움직였다.
어느 집 언니는 아이들한테
오싹한
화장실
귀신 이야기, 몽둥이 들고 다니는 체육 선생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
우리 어머니는 아이들이 오면 간식을 차려주셨다.
온 동네 먼지를 잔뜩 묻힌 아이들이 신난다고 밥상에 둘러앉았었다.
약간의 부끄러워하면서.
한 번은 조그만 피아노 학원에 동화 작가가 오신다고 해서 친구를 따라간 적이 있었다.
꽤 알려진 원로 동화 작가셨는데 빽빽하게 들어찬 동네
아이
들에게 과장 대고 우스꽝스러운 몸동작을 하시면서 재미있는 동화를 들려주셨지.
돌이켜보니 그 시절 글 쓰는 분들의 고달픔이 느껴진다.
지금이라고 뭐, 다를까
?
내가 살림을 맡으면서 어릴 때 생각하여 친구들을 집으로 불렀다.
밖으로 나가기도 귀찮고.
식당 음식은 딱히 내 입에 맞지도 않고.
밥 먹으면 으레 술집으로 가는 건 더 싫고.
그래서 내가 차린 알코올 없는 수수한 밥상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었다.
재미있었네.
나는 괜찮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었을까?
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어른이 되어 집에서 모이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는 않은 듯 보인다.
혼자 살게 되니 인간관계에 생각이 많아진다.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서 집을 개방하는 것과 혼자 살면서 사람들을 부르는 것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또 젊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과 세파를 건너온 우리 세대가 친구들을 대하는 것은 고려해야 할 여러 다른 측면이 있다, 싶구나.
나이 별, 성향 별로 편차는 크겠지만.
혼자 살고, 집의 위치가 크게 불편하지 않으며,
그 집 밥상이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면
.
더해서 집주인이 제법 친화력 있는 사람이라면,
그 집은 친분 있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기 쉽다.
불쑥,
내가 지금 근처에 있는데 너네 집 가려고-
하는 연락을 갑자기 받을 수 있다.
음.
내 집에 사람이
오
는 건 좋은 일이고.
집에서 편하게 사람들과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집주인이 단단히 마음먹고 잘 통제하지 않으면 타인들의 놀이터로 내 집을 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비용 지출도 있고.
밥 차리고 청소하고 설거지에 빨래까지.
뒷바라지는 모두 집주인 몫이 된다.
더해서
뒷담화.(내
특기라 잘 안다.)
무엇보다 시간을 뺏긴다.
생활이 흐트러지기 쉽고.
만에 하나 범죄의 빌미가 될 수도 있겠지.
혼자 살게 되면 자신의 생활에 더해서 주변까지 관리해야 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
나 아닌 누가 내 생활을 보장해주지 않거든.
혼자 살면 단단해져야 한다.
아주 많이.
때로는 철벽을 치더라도
친교와 안전, 소중한 나의 생활을 현명하게 균형 맞춰야겠다.
♤ 함께 놀 만한 공동의 놀이터가 필요하면 구성원들이 동등하게 비용과 책임을 분담하는 장소를 따로 얻으면 어떨까.
그래서 '친구들이랑 놀아요
' 하는 유튜브를 찍어도 재미있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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