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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게 되었다

혼자 살아요

by 기차는 달려가고

혼자 살게 되었다...


두 팔 번쩍 들어 만세를 외치는 사람도 있겠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 사람도 있겠다.

평생 가족 안에서 살아오다가 노년에 배우자를 잃어 혼자되는 경우는 흔하고.

성인이 되어 진학이나 취업으로 독립했다가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자취 기간이 길어진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독립해서 혼자 살아가는 성인들도 증가했다.

결혼은 한때의 경험으로 남은 경우도 적지 않겠지.


예전보다 혼자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진 것 같다.

수명이 늘어나고 결혼생활은 유동적이며,

청년들의 독립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결혼이라는 고정적인 단계에 이르기까지 거치는 일시적이고 유보적인 시기가 아니라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독신을 선택한다.


혼자 잘 살아내고 싶다.

어떻게 하지?



기본적으로 개인별 성향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내향적이고, 심리적으로 독립적이며, 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이 혼자 잘 지낼 것 같다.

바깥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활동하기를 좋아하고,

눈에 띄는 성과에 치중하는 성격보다는.

사뿐사뿐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맛있게 밥을 차려먹고,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시간을 즐기는 성향.

나의 시간, 나의 공간, 나의 물건, 나의 마음에 선을 딱 그어놓고 그 선을 지켜야 마음이 편한 사람들이 혼자 살기에 적합해 보인다.


나이와 건강, 주변 환경, 경제적 상황 같은 외부 요인도 무시할 수 없지.

스스로를 챙길 수 있을 만큼은 건강을 유지해야겠고.

주변 환경도 어느 정도 안전해야겠다.

생활이 될 만큼은 수입이 있어야 하며.

먹고 치우고 정돈하고 빨래하는, 기본적인 생활 능력을 키워야 한다.

누가 내 일을 대신해줬으면- 하는 의존심은 단호히 버려야지.

내 힘으로 내 생활을 꾸려가겠다는 의지와

오늘도 잘 살아보자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시기를 대충 넘기지 않겠다는 다부진 결의가 요구된다.


길거나 짧거나, 임시이거나 앞이 캄캄하거나.

그 어느 순간도 내버릴 수 없는 소중한 내 인생이다.

혹시 원하지 않았더라도

혼자 살아가는 지금,

이 시기에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충분히 즐기겠다는 긍정적인 태도.

이 시기에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자.



혼자 있으면 내 시간을 온전히 내가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나의 에너지는 나의 뜻에 따라 쓰이며.

경제적으로도 적으면 적은 대로 오롯이 의 스타일에 맞춰 생활할 수 있다.

내 집, 내 방을 나만의 공간으로 지켜낼 수 있고.

그래서 외적인 규칙이 아닌 내면의 리듬에 따른 생활이 가능하다.


다만 자제와 절도가 요구된다.

'내 뜻대로 산다'는 건 '아무렇게나' 또는 '되는대로'가 아니므로,

혼자 잘 살아가려면 엄격한 내면의 규율을 가져야 생활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혼자 살면 당연히 생활 면에서 분업이나 협력할 사람이 없다.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해야 하고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

벅찰 때도 있고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하지.

피하지 말고 똑바로 마주하자.

어려움은 한 발, 두 발.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서 극복하면 된다.

혼자 살기의 부정적인 측면이 자신을 압도한다면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보고 말이지.

단, 인간관계에서 내 이득만 얻으려 들지 말자.

상대에게서 무엇을 얻으려면 내 것도 내줘야 한다.

그런 자세를 확실하게 갖추고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야겠다.



평생 부모님 그늘에서 살다가 어머니 돌아가시고 혼자 산지 1년이 훨씬 넘었다.

원래도 혼자 잘 지내고 혼밥, 혼여에도 익숙한 사람이라 나름대로 평온하게 잘 지내는 중.

혼자 살기 선배들이 보면 풉, 겨우 일 년?

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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