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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빗줄기가 잔잔해질 무렵 거리로 나섰다.

어디든 가야지.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꾸역꾸역 샌드위치를 먹고 카푸치노를 조금씩 목으로 넘긴다.

다소 울퉁불퉁한 음악이 흐르고.

드나드는 손님보다는 직원이 많은,

비 내리는 월요일 오후의 카페.

여름날.

아주 더운 여름날.



조지 오웰의 [버마 시절]을 읽다가 뛰쳐나온 거였다.

꼬박 한 세기 전,

영국 식민지 시절의 버마.

찌는 듯한 더위와 작열하는 태양과,

모든 것을 낱낱으로 부숴버리는 우기의 곰팡이.

소설 속에는 온갖 이기적, 비열한, 악질적 인간들이 탐욕을 부리고.

악행을 저지르고는 황금빛 탑을 쌓는 공덕으로 천국을 기대한다.


여전히 질곡에서 고통받는 지금 그곳의 사람들은,

언제 해방될 수 있을까.

그들이 닮고 싶다는 놀랍게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이룬 대한민국도 여전히 악질적인 무리들이 맘껏 날뛰는걸.



굉장히 오랜만이구나,

한가롭게 카페에 앉아있었던 날이.

그동안 나는 대체 무얼 하면서 나날을 보냈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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