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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인간관계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 해외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분들의 콘텐츠를 가끔 본다.

지금은 자포자기한 듯 보이는 유럽도 매우 강력한 지역 봉쇄를 실시했었고.

동남아시아 쪽은 지금도 지역에 따라 아주 심한 봉쇄를 시행하고 있다.


생계가 문제다.

나라 재정이 빈약하니 봉쇄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될 리가 없을 테고.

일자리도, 수입도 없이 당장 생계를 어떻게 꾸려갈까?

베트남 호찌민에선가는 일자리를 잃고 머물 곳이 없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며칠씩 걸려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그래도 지역 경찰들이 서로 인계하면서 그들을 앞뒤로 에스코트해주고.

타고 가던 오토바이가 고장 나면 따라가던 트럭에 고장 난 오토바이와 사람을 태워주더라.

아직 먹고살만한 사람들은 그들을 위해 도시락이나 물을 제공해서 그나마 다행이네, 싶었다.



생계가 가장 큰 문제긴 하지만 고립되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측면도 문제다.

또래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성을 익혀야 하는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으니.

아마 나중에 아이들이 자랐을 때 인간관계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일 수도 있겠다.


노인들도 문제다.

집에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무료하게 고립되어 TV에만 의지해서 지내실 텐데.

당장 느낄 외로움도 클 것이고.

그러면서 치매환자가 대폭 늘어나는 건 아닐까.


불화하거나 뜻이 맞지 않는 가족도 문제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갈등이 더 깊어질지도 몰라.

그동안 마주치는 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간신히 가족이라는 틀을 유지해오던 위기가정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지.

특히 집안을 지배하는 폭군이 있고 다른 가족이 억압받는 상황이라면,

그 가정은 지옥이겠다.


집에 주로 머무르는 사람,

그러니까 전업주부들이나 은퇴자들.

외출이나 취미생활이 어려워 무료하고 울화가 쌓이다 보니 자극적이고 증오를 폭발하는 유튜브에 쉽게 빠지는 것 같다.

종일 허무맹랑한 소리를 들으면서 솜이 물에 젖듯,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터무니없는 비방이나 주장을 반복한다고.

자식들이 힘들어하는 사례를 종종 접한다.


다른 나라에 머물게 된 사람이 도무지 현지 사람과 친해질 분위기가 아니라는 글도 보았다.

다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니 얼굴도 알 수 없고.

사람들이 모일 수가 있나,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나.

도시가 봉쇄되어 거리에는 사람조차 없는걸...



나처럼 누구와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을 체력도 안 되고,

절간 같은 고요함을 사랑하는 사람이야 기꺼이 이 상황을 지내고 있지만.

코로나 시대가 우리들 각자의 인생에 휘두른 영향은 아마 시간이 흐른 뒤에 평가할 수 있겠지.


어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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