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부터 1년 반을 마스크를 쓰고 지낸다.
문득문득 이 상황이 낯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익숙해져서 외출할 때 마스크를 깜빡 잊는 일은 이제 없다.
코로나를 제일선에서 방어해주니 고맙지.
마스크야, 고마워.
덕분에 생얼에 마스크만 걸치고 사방팔방 다닌다.
모자 쓰고 마스크 끼고 안경까지 걸치면 익명의 사람이 된 기분이다.
이것도 괜찮군.
마스크로 나를 가리고 도시를 걷는다.
제삼자가 되어 21세기 서울을 구경한다.
거리에는 함부로 버려진 마스크가 종종 눈에 띈다.
왜 거리에다 마스크를 버리는지도 이해되지 않는데.
드물지 않게 보이는 길에 버려진 마스크들을 보면 쓰레기통에는, 또 아무렇게나 얼마나 많은 마스크들이 매일매일 버려질지 아득한 기분이 된다.
더워서 땀이 묻은 마스크를 자주 갈다 보니 한번 쓴 마스크가 쌓인다.
그냥 버리면 될 것을 그동안 일회용품을 가급적 쓰지 않으려 해서인지,
(사실 나는 휴지를 상당히 많이 쓴다.
대신 다른 일회용품이라도 적게 쓰려는 것일 뿐.)
매일 버려지는 마스크에 마음이 편치 않다.
나는 요새 샴푸도 고체형을 쓰기 때문에
손빨래용 비누, 머리 감는 비누, 샤워용 비누와 손 씻는 비누 그리고 세안용 비누를 각각 사용하고 있다.
손 씻는 비누는 비누곽에 얹어 두고.
한번 쓴 마스크를 깨끗이 빨아서 각각의 비누를 넣어 선반에 조르르 매달아 놓았다.
보기엔 좀 떳떳하지 않은데
비누가 잘 말라서 비누통에 넣었을 때보다 위생적이더라.
며칠 지나면 마스크에 비누 성분이 밴다.
그러면 그 마스크로 배수구에 모인 머리카락을 줍거나.
세면대 등등 여기저기 싹싹 닦고 버린다.
비누 묻은 마스크는 머리빗을 씻을 때 특히 유용하다.
솔빗 사이사이에 낀 머리카락도 잘 떨어지고 먼지도 깨끗하게 닦인다.
요건 권할 만 함.
코로나로 인해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공중위생이 한 단계 올라선 것 같다.
반면에 일회용품 사용이 몇 배는 늘어난 기분이다.
병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식당의 배달음식, 택배 상자, 각종 포장재들...
자연은 우리에게 환경을 돌아보라고,
더는 망치지 말라고 경고를 계속 보내는데.
환경파괴에 도리어 가속도가 붙었다.
오늘도 마스크를 몇 개 빨았다.
상자에 담은 수북이 쌓인 헌 마스크들을 귀에 거는 끈은 잘라서 버리고.
하얀 몸통은 용도를 찾다가 그냥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몇 오라기 훑어주고는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겠지.
이 비상상황이 어서 끝나서 지구 위 모든 나라들이
자, 이제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회복하는 생활습관을 강력하게 실천합시다!
선포하면서.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모두가 구체적인 방법을 실행하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한다.
그러려면 경제적인 면에 일정한 타격이 있을 수 있겠지.
과연 한마음으로 지구를 살릴 것인가?
벼랑을 향해 가속도가 붙어 무섭게 굴러가는 지구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