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렸던 보물 지도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인터넷에서 어느 외국 어린이가 그렸다는 삐뚤빼뚤 보물 지도를 보는 순간,

내가 어릴 때 적지 않게 그려댔던 보물 지도가 떠올랐다.


그런 시기가 있나 보다.

보물 지도를 손에 들고 미지의 땅으로 모험을 떠나길 간절히 꿈꾸는 시기.

내 비록 지금은 어린이지만 얼른얼른 자라서 보물을 찾으러 갈 테야,

지도를 그리면서 콧노래를 불렀지.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에는 보물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추리소설에서도 숨겨진 보물을 둘러싼 사건이 적지 않았고,

그 중심에는 보물 지도가 있었다.

죽은 자가 어딘가에 감춰둔 보물 지도.

사라진 보물 지도를 찾는 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귀퉁이가 찢겨나간 또는 불이나 물로 일부가 훼손된 간략한 보물 지도는,

도무지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알쏭달쏭 수수께끼다.

그 암호를 해석해서 보물이 숨겨진 바다 한가운데 작은 섬을 찾아내고.

그 장소에 도착해서는 돌덩이로 가려진 비밀의 문을 열고.

한발 늦게 배를 타고 도착한 적들과 싸워 이겨야,

드디어 동굴 깊숙이 숨겨진 금빛 찬란한 보물을 손에 쥘 수가 있다!


셜록 홈스 시리즈에도, 시대가 시대니 만큼, 보물을 둘러싼 살인 사건이 여러 건 있다.

주로 영국의 식민지인 동양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긁어모은 진귀한 보물들은 사람들의 욕망을 일으키고.

소유자는 번번이 죽음을 당하는 불운을 가져오지.

그럼에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탐욕.

셜록 홈스 시대에는 미지의 동양이 그들의 보물섬이었나 보았다.



내가 갖고 싶었던 보물은 어떤 것이었을까?

꼬불꼬불, 열심히 보물 지도를 그려서 책상 서랍 속에도 붙여놓고.

옷장 속에도 넣어두고.

책갈피 사이에도, 간식 상자에도.

나름 머리를 써서 여기저기 숨겨두었었는데...


드디어 어른이 되어 세상 속으로 보물을 찾아 용감하게 뛰어들어야 할 때에,

나는 주춤주춤 편안한 방안에 머무르며 창문으로 바깥세상을 구경만 했었다.

상상 속에서는 얼마든지 용감할 수 있었는데.

현실은 쫄보.

한 발짝도 내딛지를 못 했지.



아이의 마음이 되어 보물 지도나 다시 그려볼까?

아니, 지금이라도 보물을 찾아 떠나야지!

매거진의 이전글반년 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