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도 훨씬 전에 대학 때 여자 동창들이랑 장성 축령산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오직 축령산에서만 하룻밤 자고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산 중턱쯤, 오래되고 작은 마을에 있는 펜션에 묵었다.
젊은 부부와 어린 두 아들이 있는 집이었는데.
남편은 나무로 뭔가를 만들고 부인은 천연 염색과 바느질을 하더라.
조용하고 깔끔한 부부는 사는 집 마당에 직접 작은 황토집을 지어서,
연락 오는 손님 한 팀만 받아 고기반찬이 없는 자연친화적인 밥상을 차려주었다.
귀여운 두 아이들은 순수하고 밝았는데 한창 까불어댈 나이 치고는 꽤 수줍어하는 얌전한 아이들이었다.
큰아이는 댓살 무렵 어린이.
작은 아이는 아직 말을 못 하고 뒤뚱뒤뚱 뛰어다니는 연령이었지.
사람이 드문 곳이라 그런지 우리를 보고 흥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찌나 반기면서 좋아하던지.
아줌마들 감동받았어^^
그때 우리도 오십 줄에 들었으니 아이들 귀하고 사랑스러운 걸 아는 나이였다.
조금 놀아도 주고, 이쁘다고 꺅꺅 오버도 하면서 짧지만 격한 사랑을 주었다지.
그때 작은 아이가 장난감을 하나 들고 있었는데.
장난감 좋다고,
너는 이렇게 좋은 장난감도 있으니 부럽다고.
우리는 장난감 하나 없다고 잉잉, 한껏 주책을 떨었지.
다음날 아침, 잠을 깼는데
응, 바스락바스락 방문 앞에 인기척이 있네?
잠이 덜 깨어 부숭부숭한 얼굴로 문을 열었더니 두 꼬맹이가 방문 앞 평상 위에,
자기들이 갖고 있는 모든 장난감을 조르르 펼쳐놓고 우리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더라.
속으로는 왜 아직도 안 깨날까, 애가 닳았을 텐데.
자고 있는 우리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가.
드디어 방문이 열리고 얼굴을 내미는 우리에게 멋쩍게 씨익~ 웃던.
호들갑스럽게 좋아할 우리의 반응을 기대하던 초롱초롱한 네 개의 눈동자.
이리 착하고 고운 어린이들이라니!
지금은 얼마나 자랐을까.
산이, 강이라는 이름은 또렷이 기억한다.
숲은 참 좋았고 아이들은 사랑스러웠다.
열심히 고민하면서 평화롭고 참된 길을 찾아가던 젊은 부부도 정말 대견했다.
잘 지내시지요.
그 이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얼마나 건강하게 잘 자랐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