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시간이 비었다.
늘 시간이 비어있는 백수 처지에 남아도는 날들이 일주일뿐이겠냐만.
하여튼 여행을 가야지, 했다.
짐 들고 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동안 작은 배낭 메고 당일 여행만 했었는데.
최소한의 물건만 들고 며칠 여행을 다녀오자,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다른 지역을 생각했으나...
비행기 시간과 숙박시설을 고르다 보니,
다시 제주도.
이틀 집 나가나 일주일 나가나 비용이 차이 나지,
물건은 줄이고 줄이다 보니 무게나 부피는 비슷했다.
숙박시설에서 소모품까지 제공되니까.
단, 나만의 물건을 꼭 들고 다니는 유별난 취향은 포기해야 했다.
겹쳐 입은 옷 외에 갈아입을 옷 한 벌.
신발은 신고가는 운동화뿐.
가방도 잠자리 날개처럼 아주 가벼운 것으로.
그 외의 것들도 필요하면 살 생각으로 대부분 생략,
몸이 편하자!
제주도는 내가 제일 많이 다닌 지역이지만,
젊어서는 중문 단지 안에 주로 머물고 다른 곳은 자동차로 휙 지나만 다녔었다.
나이 들어서야 제주도의 진정한 자연과 사람들의 삶에 눈이 뜨여서,
이제는 관광지보다 그냥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와
제주도 전체의 풍경들이 그저 좋다.
투박한 검은 돌도,
파랗고 시퍼런 바다도.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억새도, 낮은 집들도 다 좋다.
나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어두워지면 거의 외출하지 않는 나는,
제주도에도 항상 낮에만 다녔었는데.
이번에 저녁 늦게 서울을 떠나 밤에 제주공항에 도착해보니.
바다에 떠있는 아마 오징어 잡이 배(?)의 집어등 불빛이 그렇게 밝은지 처음 알았다.
마치 강물에 띄운 등불처럼,
환한 조명을 켠 배들이 검은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데,
와!
장관이었다.
할 말은 많지만 예상대로 몸이 너무 고된 탓에 오늘은 이만.
제주도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참 많은데.
축 늘어져서 노인처럼 푹 쉬고 잠깐 돌아다니는 내 여행 스타일 때문에,
한라산 중턱까지라도 직접 걸어서 가보고 싶다는 오랜 소망은 여태 마음에만 품고 있다.
이번에도 실현은 어려울 듯.
하루에 어디 한 곳이라도 꼭 가보자, 마음먹고 왔는데,
그것도 쉽지 않겠다.
# 덧붙이기,
비행기가 만석인 데서 짐작했듯 지금 제주도에는 관광객들이 많다.
지나다 보면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에는 아침부터 시티룩의 청년들이 길게 줄 서있고.
코트 자락 휘날리며 캐리어를 끌고 가는 처자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더울 텐데)
반면 중년들은 한결같이 등산복에 배낭을 메고 특정 지역에서 눈에 띄었다.
한라산에 많이들 가시는 듯.
그런 사람들 구경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