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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23. 2021

마이클 잭슨, 장국영

끄적끄적

대학교 졸업 무렵에 마음 상한 일이 있어서(애정 문제 ㅋ) 밤늦도록 울적해하다가.

라디오 FM 방송을 틀어둔 채 잠이 든 적이 있었다.

새벽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년 마이클 잭슨이 부르는 "Ben"을 들으면서 의식이 돌아왔는데.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이 노래를 듣다가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내 안의 슬픔을 마이클 잭슨의 슬픔이 어루만져주는 느낌.

그날 나는 마이클 잭슨이 깊은 슬픔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쩜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를까, 하는 감탄과 함께.


장국영도 그렇다.

장국영의 노래를 들으면 드러내지 않는, 가슴에 품은 아련한 슬픔이 전해진다.

물론 가수의 풍부한 감수성 때문일 텐데

워낙 섬세하고 감응이 잘 되는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라,

바람결에 실려가는 모든 감정의 결이 그에게 파장을 일으켰으리라.

노래도, 연기도 참 열심히 하더라.

부모님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 같은 반듯한 자세로.



마이클 잭슨도, 장국영도 착하고 결이 고운 사람이었을 것 같다.

굉장히 여리고 섬세해서 사실은 조용히,

거친 세상에 벽을 치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인데.

너무나 뛰어난 재능을 가졌기에 그들은 아수라 같은 세상 한복판으로 끌려 나왔다.


지구 단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고

인기와 돈이라는 보상도 얻었지만.

동시에 질시와 모략,

경쟁과 이기심이라는 냉혹한 인간사에 그대로 노출되었지.

성공을 향한 열망이 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완벽해야 하는 일의 부담과

항시 타인의 과도한 시선이 화살처럼 꽂히는 거친 상황놓여,

곱지만은 않은 에너지에 시달려야 했으리라.

여간 강심장이 아니면 버티기 쉽지 않을 텐데.

더구나 그 풍부하고 섬세한 성으로 대면해야 했으니

인간적으로 가혹하다는 기분다.



나도 예전에 감수성이 좀 있었다.

타인이 발사하는 약한 파장도 금세 감지하는 감각이었는데.

하지만 나란 사람은 그릇이 좁아서 내게 쏟아져 들어오는 자극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일일이 즉각적으로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라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모르는 듯 무심히 반응했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대응책은 뒤로 물러나는 것.

타인의 시선에 잡히지 않도록 내 앞에 철벽을 치고 숨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갇힌 좁은 울타리 안에서 내면의 평화를 을 수 있었다.



유명인으로 타인의 관심과 시선을 받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좋은 만이 아니다.

쏟아지는 호의와 칭찬은 내 안에 소화되지 않는 부담을 주고.

동시에 뒤통수에 와 꽂히는 시기와 질투, 험담과 모략은 나를 콕콕 찔러 죽이는 독화살 같다.


두 분,

그립습니다.

하늘에서 평온과 안식을 누리시길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든 어느 날 두 분의 위로를 받곤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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