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Apr 04. 2022

전쟁은 영화가 아니다

끄적끄적

소설 <닥터 지바고>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의 기간을 대부분의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

러시아는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다.

이미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와중에 러시아는 볼셰비키 파와 제정파 등 여러 갈래로 나뉜 의견과 권력으로 국내마저 내전 상태에 들어갔고.

전국이 전쟁터로 국민들의 삶은 갈가리 찢겼다.

소설에는 그 잔혹함, 비인간성과 일상화된 참상이 담겨 있다.


라라는 지바고에게 이런 말을 한다.

 

“... 나는 지금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어요. 전쟁은 모든 것의 원인,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줄곧 우리 세대가 겪은 모든 불행의 원인이에요. 나는 내 어린 시절을 똑똑히 기억해요. 아직은 평화로운 지난 세기의 개념이 유효했던 시대, 이성의 목소리를 믿고 살아갈 수 있었던 시대, 양심의 목소리가 속삭이는 것을 사람들은 당연하고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였어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손에 죽는 건 아주 드문 일,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일이었죠. 살인은 연극이나 탐정소설, 신문 사회면에나 있는 것이지 일상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누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온화하고 소박하고 차분했던 이 일상이 갑자기 유혈과 통곡의 세계로 전도되더니, 집단적 광기가, 매일 매시간 되풀이되는 살육이 시작되고, 그것이 합법적이고 칭찬받는 행위가 돼버렸어요.....”

(<닥터 지바고  2권>  246쪽,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박형규 옮김, 문학동네 출판 )       


2차 세계대전 말기, 베를린에서의 두 달을 기록한  <함락된 도시의 여자: 1945년 봄의 기록>

(익명의 여성 지음, 염정용 옮김, 마티 출판)에는,

폭격으로 무너진 집더미 속에서 두더지처럼 웅크리고 살아가는 베를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1939년 이후 일상을 빼앗긴 베를린에서 건강한 남자들은 전쟁터로 끌려가고,

여자들과 아이들, 병들거나 늙은 남자들이 남아서 굶주림과 공포 속에서 간신히 나날을 이어가고 있었다.

전쟁 초, 폭격 소리에도 놀라 두려움에 떨던 여자들은 이제 폭격의 와중에서도 머리에 망가진 헬멧 또는 양동이를 둘러쓰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배급 줄에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질이 낮고 적은 분량의 먹을 것을 두고 싸우고.

어느 날은 쓰러져 미처 숨이 끊기지 않아 움찔거리는 말 한 마리에 온 동네 사람들이 칼을 들고 들러붙어 살점을 떼어가기도 한다.

러시아 군이 진주한 시기에 여자들은 성폭행을 당하고.

성폭행은 먹을 것을 얻는 수단으로 이어져

여자들은 심리적으로도 더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전쟁은 비참하며 양심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 비도덕적인 상황이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 사람들은 악착스러워진다.

전쟁이 끝나도 그 생태는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일상을 침범할 것이며.

극단적인 전쟁 상황에서 몸에 밴 비열한 방식의 생존경쟁은 그대로 삶의 방식으로 굳어져버릴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험에서  않은가?

전쟁을 겪은 사람은 평생 그 두려웠던 경험을 잊지 못하여 공포와 불안과 상처가 내면에 자리 잡고.

떨칠 수 없는 마음의 괴로움은 잘못된 표적을 향해 증오심으로 폭발한다.

다시는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는 이미 고인이 되었거나 요양원 또는 요양병원에 누워계시겠지만.

그들의 마음속 전쟁터는 자식들에게, 사회생활에 그대로 이어져서,

다음 세대로 전쟁의 잔인한 비인간성은 이어졌던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해오는 소식들은 전쟁의 비극을 상기하게 해 준다.

시간이 한 세기 가까이 지났고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도 많이 달라졌지만 전쟁의 잔인함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전쟁을 입에 올리는 자, 누구인가?

전쟁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야기되는 문제만 있을 뿐.


인생도, 나라도 전진보다 위험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이클 잭슨, 장국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