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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Dec 19. 2021

본의 아니게 마기꾼!

끄적끄적

내가 때때로 종알종알 옳으신 말씀을 떠들고는 있으나...

어이쿠,

나의 과거는?



아침마다 빠질까 말까,

길에 나서는 순간까지 갈등하면서.

그래도 결석도, 지각도, 조퇴도 하지 않고 꼬박꼬박 배우러 다닌다.

몸을 비비 꼬면서 그저 앉아만 있을 뿐이지만.

돌이켜보니 이렇게 꼬박 네 시간 수업을 착실하게 참석한 게 내 평생 처음이다.


몸이 약해 부모님으로부터 매사 너그러운 대접을 받았던 나는,

조금만 몸이 좋지 않아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학교에 가도 지각이거나,

조퇴거나,

둘 다거나,

양호실에 누워있거나 하는 날이 다수.

고3 어느 날 당번이 내게,

지각하고 조퇴까지 하니 출석부에 기재할 항목이 없다고 한탄하더군.

그러니까 출석부에는 결석, 지각, 조퇴- 라는 항목만 있었던 거다.

헹,

나 같은 멀티도 있는걸.



그래서 지금 이 수업에서 나는 확고한 열등생의 지위에 있으나.

나로서는 이렇게 착실해졌다는 기분으로 좀 뿌듯하다.

여러분,

환갑이 넘어 사람이 바뀔 수도 있어요.

나처럼 불성실한 학창 시절을 보낸 세상의 모든 분들,

희망을 가지시라!


하지만 내 안의 자부심과 달리 현실은 열등생이다.

대여섯 되는 학생들이니 내가 버벅 헤매는 건 모두가 알 테고.

마스크를 껴서 다행일까?

고의는 아니지만 마스크로 얼굴을 반은 가리고 다니니.

열등생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은 못하시겠다.

혹시 모르지.

문득 열등생의 기억이 마음을 심하게 괴롭히면 이름을 바꿀지도.

에유,

열등할 수도 있고 우등할 수도 있지 뭘 가리고 바꾸고 숨기는가.



코로나 시대 이후 알게 된 사람들과는 서로 얼굴 반쪽만 보여주고 있다.

내 경우 아래쪽 반을 가린 모습이 낫더군.

얼굴 윗부분이 보기에 더 낫더라는 점에서 본의 아니게 마기꾼이 되어버렸네.

그래도 반 가린 모습이 실물보다 나아 보이니 기분은 흐뭇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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