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Dec 11. 2021

틀린 그림 찾기

끄적끄적

예전에, 그러니까 1960~70년대에 어린이 신문이 있었다.

어린이 대상의 월간지도 여럿 있었던 기억인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 형태는 달라졌겠지만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런 콘텐츠들은 훨씬 더 많겠지.


 어린이 신문에서 내가 좋아하던 코너로 '틀린 그림 찾기'가 있었다.

'다른 그림 찾기'라는 제목이 적당할 것 같은데 '틀린'이라는 표현을 쓴 데서 시대상을 짐작할 수 있겠다.

다르면 곧 틀린 것으로 단죄하던 시절이었거든.

하여간 나는 똑같아 보이는 두 개 그림 사이의 작은 차이점을 찾아내는 그 놀이를 좋아했던 기억이다.

일부러 찾아다닐 것까지는 아니어게임이 눈에 보이면 곧 붙들었다.

내가 찾아낸 서로 다른 부분을 연필로 동그라미를 쳐놓고 정답과 맞춰볼 때,

하, 흥미진진하지~



요 며칠 유튜브에서,

다음 두 개의 그림에서 다른 점 세 가지를 찾아보시오,

시간은 90초!

류의 게임을 재미있게 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예쁜 그림에 몰두하니 심심풀이로 딱 좋다.

나는 요렇게 디테일에 신경 쓰는 게 재미있음.

디테일 좋아하는 1인.

이 게임은 누구랑 경쟁하거다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니,

혼자 재미있으면 되는지라 성향에 잘 맞는다.


게임들의 출신 국가는 다양해 보인다.

일본 게임이 여러 개던데,

이 게임은 일상생활의 한 순간을 주로 그림의 소재로 삼는지라

그림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상이 녹아있더라.

이를테면 일본의 게임에는 추운 겨울날,

젊은 여성이 고다츠 속에 고양이와 함께 몸을 디밀어 넣고 누워있다든지.

고다츠 위에는 뜨거운 물이 담긴 찻주전자와 김이 오르는 찻잔이 있지.

또는 가족이 모두들 앞치마를 두르고는 쌓인 먼지를 몽땅 털어내는 대청소를 한다거나.

유럽 쪽 게임에는 초소형 전기자동차를 타고 피자를 배달한다거나.

헐벗은 글래머 언니야들이 해변에서 선텐을 하는.

평범하고 사실적인 생활의 풍경들.

집의 구조나 가구들의 배치도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더군.

극사실적인 묘사에 전율이 오르지.

정말 생생한 생활의 보고서다.


만화를 보듯 동화 같은 분위기의 예쁘고 단순한 그림을 보는 것에 더해 각 지역의 평범한 생활상을 유추하면서.

언뜻 보아서는 차이가 없는 개의 그림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아주 작은 차이점을 찾아내는 이 놀이가 요새 참 재미있다.



계속하다 보니 그림들에 차이점을 두는 패턴이 비슷해서 게임 자체는 곧 심드렁해질 것 같은데.

그래도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화사한 그림들은 예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각자의  현실이 재미있다.

이번 겨울밤 이걸로!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이 그리워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