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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Oct 13. 2021

여행이 그리워서

끄적끄적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다시 찾아 읽고 있다.

저자는 생전에 일본에서 러시아어 통역으로 일했던 전문 통역사인데.

언어뿐만 아니라 냉전시대와 소련연방 붕괴 즈음에 러시아와 동구권 나라들의 시사와 문화, 사람들에 관한 많은 책을 펴냈다.

상당히 다작이나 하나같이 재미있고 정보가 풍부해서 술술 읽히는 책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가 좋았는지 많은 책들이 번역되었다.



우리에게 러시아 문학은 주로 19세기 작품들이 소개되었고 워낙 훌륭한 작품들이니.

예전에 전집 유행 시기에,

세계문학전집에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은 꼭 들어있었다.

안톤 체호프의 희곡도 종종 무대에 올랐지.

하지만 소설은 스케일들이 워낙 크고 모든 독자들이 지적하듯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너무 길고 그 변형이 다양하니...

누구나 소설을 집어는 들었겠지만,

읽다 말거나 읽은 뒤에도 도통 정리가 되지 않거나.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읽다 보면 당장 짐을 꾸려서 동토의 대지  러시아로 달려가고 싶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지에서 유형지로 떠나는 혁명가들과 남편을 따라가는 아내들을 떠올리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미술관을 며칠이고 드나들면서 그림들에 빠져들고도 싶다.

산딸기 잼을 얹어 홍차를 곁들인 블린을 먹고.

쉭쉭 김을 뿜으며 사모바르에서 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거실에 앉아,

창 밖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 쌓인 풍경을 온종일 바라보면 좋겠다.



여행이 어려운 코로나 시대가 2년 가까이 지속되어 예전과 같은 손쉬운 해외여행은 꺼리게 되었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 PCR 검사로 음성이면 여행자들을 받아들이는 나라들이 늘어나는 중이고.

해외여행을 시작한 여행 전문 유튜버들이 콘텐츠들을 올리고는 있더라만.

예전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기엔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여행이 목마른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책들을 읽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쪽 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광희동으로 가서는,

러시아 케이크를 사고 검은 호밀빵과 하얀 빵을 사 온다.

그래서 며칠 러시아 산 홍차에 케이크를 먹고.

흰 빵 또는 검은 빵에 버터와 치즈와 소시지를 듬뿍 얹어서 이국의 기분을 낸다.


여기는 러시아야, 러시아야...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주문을 외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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