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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Oct 06. 2021

식도락 유감

일상 속에서

내가 유튜브로 풍경을 주로 찾다 보니 캠핑으로 연결될 때가 자주 있다.

우리나라 콘텐츠들은 캠핑이 곧 지글지글 고기 굽기 또는 오만가지가 다 올라간 과한 밥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태반이고.

 서구 쪽 콘텐츠들도 캠핑이라기엔 종종 부자연스럽게 과한 요리들을 보여주곤 하더라.


은 숲 속이라면서 혼자 저걸 어찌해 먹나,

저 짐을 다 이고 지고 가다니 참 고단하겠군, 싶은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을 계속 만들어내야 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눈물겨운 분투겠지.



하지만 현실에서도 우리나라 캠핑은 곧 숯불에 고기 굽기로 여기는 사례가 많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집을 통째로 옮겨온 듯 온갖 값나가는 캠핑용 살림살이들을 좌르르 풀어놓고,

굽고 끓이고 지지는 색색의 요리들로 테이블을 가득 채운 사진들이 드물지 않다.

시설을 갖춘 캠핑장이라면 어느 정도는 허용되겠지만.

요새는 차박이라고 아무 데나 차를 세워서는 일을 벌인다.

그곳에 사시는 분들은 무슨 날벼락이며,

자연은 몸서리를 치겠지.


등산 가면서도 식도락을 즐기더라.

 먹어야 힘이 난다고 고깃덩어리에, 떡에, 전에, 과일 한 무더기.

대피소에서 고기를 굽고 찌개를 끓이지.

한 번은 지리산 등산팀이 고기 음식은 물론 식용유 한 말에 커다란 냄비를 지고 올라가서 대피소 마당에서 새우튀김 해 먹는 사진을 본 적도 있었다.

흠, 뒤처리는 잘하셨겠지요?


반면에 젊은 부부가 2박 3일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집에서 준비해 간 주먹밥과 밑반찬으로만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도 보았다.

허기 지면 어쩌나, 걱정은 되었는데.

산에 들어가는 우리의 자세는 그 편이 맞을 것 같다.

자연 속으로는 조용히, 겸손하게, 슬며시 들어가서 사뿐사뿐 발걸음 하고는.

깊이 숨 들이마시고 감동만 마음 그득 안고 돌아오는 자세가 옳지 않을까?

자연을 사랑해서 자연을 찾으면서 속세에서처럼 맘껏 식탐 부리고 냄새 풍기고 쓰레기를 만들면서 왁자지껄 하는 언행은 자연에 대한 무례가 아닐는지.


속세에서 맛있는 음식 잘 먹고 몸을 튼튼히 해서 자연에는 가볍게 소곤소곤 다녀오면 좋겠다.

술 마시고 취한 채 비틀비틀 운전하고는 무용담인 듯 떠벌이던 것이 과거가 되었듯.

자연 속에서 식도락과 음주로 떠들썩한 지금의 행태도 더는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늦게까지 덥더니 오늘은 성큼 가을이 다가왔다.

곧 단풍철이 오겠지.

코로나에 지친 마음은 자꾸 밖으로 나가자 하니.

코로나도 조심조심,

자연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지구와의 공존을 고려하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다녀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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