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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pr 25. 2022

백수의 시간표

끄적끄적

백수 중에는 사교생활이나 외부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있겠지만.

나처럼 거의 평생을 백수로 살면서 집에 있는 시간을 전혀 싫증 내지 않는 '찐 집순이'도 있다.


심심하지 않냐,

외롭지 않냐, 에 더해서.

사실은 숨겨놓은 애인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자도 있다.

저렇게 은둔생활을 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내가 만약 애정생활을 한다면 굳이 떠들어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숨길 이유도 없는데요?



은둔생활은 아니다.

단지 나의 사생활을 매우 궁금해하시는 그분에게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는 거지,

혼자서 여기저기 잘 다닙니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곳은 많고.

돈 되는 일은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은 많아요.


백수라는 건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 없다 뿐이지,

하루 종일 아무 할 일이 없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24시간 시간표가 있고,

다가올 한 주에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과 갈 곳을 정리하며.

달이 바뀔 때,

계절이 바뀔 때.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올 때도,

누구나처럼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점검한다.

실행 여부는 묻지 마세요,

너무 아프니까요.



하루를 보내는 나만의 패턴이 있는데,

내 체력과 생체 리듬에 잘 맞는 패턴으로 고정되었다.

그래서 가끔 평소와 다른 시간에 일어나 활동하거나,

조용히 쉴 시간, 책 읽는 시간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나면 몹시 피로하다.

회복되기까지 며칠씩 걸리고.

그 사이에 내 몸과 생활이 혼란스럽지.

그러니 가급적 평소의 생활 리듬을 깨는 일은 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뭘 하냐고 물으신다면.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청소, 밥, 빨래에 열성이며.

도서관, 미술관, 공원, 박물관 등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공공시설과 행사를 즐기며.

거리를 걷고 구경도 하며 브런치에 글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 백수가 재미있게 노는 방식을 한번 풀어보리라.

내 또래들이 대부분 은퇴해서 백수가 되었는데,

나처럼 놀면 세월 가는 게 아깝다고 말해주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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