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중에는 사교생활이나 외부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있겠지만.
나처럼 거의 평생을 백수로 살면서 집에 있는 시간을 전혀 싫증 내지 않는 '찐 집순이'도 있다.
심심하지 않냐,
외롭지 않냐, 에 더해서.
사실은 숨겨놓은 애인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자도 있다.
저렇게 은둔생활을 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내가 만약 애정생활을 한다면 굳이 떠들어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숨길 이유도 없는데요?
은둔생활은 아니다.
단지 나의 사생활을 매우 궁금해하시는 그분에게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는 거지,
혼자서 여기저기 잘 다닙니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곳은 많고.
돈 되는 일은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은 많아요.
백수라는 건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 없다 뿐이지,
하루 종일 아무 할 일이 없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24시간 시간표가 있고,
다가올 한 주에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과 갈 곳을 정리하며.
달이 바뀔 때,
계절이 바뀔 때.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올 때도,
누구나처럼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점검한다.
실행 여부는 묻지 마세요,
너무 아프니까요.
하루를 보내는 나만의 패턴이 있는데,
내 체력과 생체 리듬에 잘 맞는 패턴으로 고정되었다.
그래서 가끔 평소와 다른 시간에 일어나 활동하거나,
조용히 쉴 시간, 책 읽는 시간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나면 몹시 피로하다.
회복되기까지 며칠씩 걸리고.
그 사이에 내 몸과 생활이 혼란스럽지.
그러니 가급적 평소의 생활 리듬을 깨는 일은 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뭘 하냐고 물으신다면.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청소, 밥, 빨래에 열성이며.
도서관, 미술관, 공원, 박물관 등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공공시설과 행사를 즐기며.
거리를 걷고 구경도 하며 브런치에 글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 백수가 재미있게 노는 방식을 한번 풀어보리라.
내 또래들이 대부분 은퇴해서 백수가 되었는데,
나처럼 놀면 세월 가는 게 아깝다고 말해주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