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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n 04. 2022

음식 가격

끄적끄적

물가가 쑥쑥 올라가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안 오르는 물가가 없다.

장을 보러 가서 물건을 집었다가 가격표를 보고 내려놓는다.

혼자 먹는 장보기도 이러니 식구 많은 집들은 고민스럽겠다.



지난겨울에 우연히 들어갔던 식당이 있다.

재개발되어 초고가 대형 아파트 단지가 생긴 지역,

미처 재개발 안 되고 남은 구역에 있는 오래된 식당인데.

할머니가 아주머니 한 분이랑 꾸려가는 작은 한식당이었다.

불고기, 오징어 볶음 같은 요리가 있고.

그 요리를 메인 메뉴로 삼은 백반 종류를 팔았다.


일단은 깔끔했다.

오래된 인테리어의 허름해 보이는 가게였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구석구석 수시로 손이 간 느낌이었다.

그리고 가격이 저렴했다.

비슷한 수준의 식당에 비해 밥값이 천 원 이상 싸다는 소감.

제일 저렴한 메뉴가 6,000원이었으니까.


내가 주문한 오징어 볶음 백반에는 국을 제외하고 김치 포함  밑반찬이 다섯 가지쯤이었던 기억이다.

밥도 따뜻하고 적당했고 반찬도 심심하니 깔끔한 맛이었다.

이쪽에 오게 되면 밥 먹으러 올 만하다, 싶었다.

주변 직장인들인 단골 위주로 장사하시는지 손님들과 주인은 스스럼이 없어 보였다.

하긴 낯선 사람들이 몰려들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몇 달 사이에 물가가 쑥쑥 오르고 있다.

제품들마다 연쇄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는데.

원자재 가격으로 볼 때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식당 음식값은 풀쩍 풀쩍 뛰어올라서.

만 원 이하로는 밥 한끼 먹기가 쉽지 않다.


며칠 전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그 식당 부근에 갈 일이 있어서 일부러 그 식당에 다시 갔다.

놀랍게도 음식 가격이 그대로인 것 같았다.

여전히 제일 저렴한 음식이 6,000원이었다.

아이고.

가격표를 보는 순간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 가격으로 운영을 어찌 하시나.


밥상을 받아보니 밑반찬 가짓수가 줄어있다.

늘 보는 얼굴들이라 가격을 올리기에 망설여지니 일단 비용을 줄이면서 식당을 꾸려가시나 보았다.

나는 밥을 한꺼번에 많이 먹지 못해 반찬이 모자라지는 않았는데,

밥 한 그릇 다 드시는 손님들은 메인 반찬이 있어도 심심한 간의 세 가지 밑반찬으로는 모자랄 것 같았다.



돈을 내면서 고생하신다, 위로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었지만.

밥값을 더 내지도 않으면서 말만 하면 뭐하나, 싶어서.

잘 먹었다고, 안녕히 계시라는 인사만 하고 나왔다.


가격을 올려도 충분히 올리지 못하니 식당 음식의 질이 떨어진다.

경제가 휘청일 때마다 우리 생활의 기본이 되는 밥상의 양과 질이 떨어진다.

먹는 사람에게도, 밥상을 차리는 사람에게도 고난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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