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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n 27. 2022

매일 거절당하는 사람

끄적끄적

여행 유튜브를 보면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끈질기게 호객 행위를 하는 현지인들이 있다.

주로 형편이 어려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물건을 팔려 든다거나, 숙소를 중개한다거나, 택시 영업이라거나.

거듭거듭 무시당하고 거절받고 짜증과 괄시를 받으면서도.

몇 푼을 벌기 위해 손님들을 쫓아다닌다.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요즘은 보이지 않지만 아무 때고 대문을 두드리거나,

문을 벌컥 밀고 들어와 물건을 강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필이면 필요 없거나 허접한 물건들이었고.

대개는 먹고 살 방편이 없어 길에 나온 순한 사람들이었겠지만.

물건은 핑계고 심지어는 험하고 거친 언행으로 돈 몇 푼을 뜯어내려는 건달들도 가끔 있어서.

끈질기고, 염치없고,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그들을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미워하고 경멸했었다.

그들에게는 화를 내도, 문 밖으로 떠밀어도 괜찮다는 무언의 합의가 있었던 것 같다.

출입문에 "잡상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붙였었지.


비슷한 사례로 특정 종교를 전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젠가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에 이사하는 집들로 경비가 허술하던 때.

매일 극성스럽게 벨을 눌러대며 전도하러 오는 이들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열 개가 넘는 종교 시설들이 대목을 맞아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었는지.

아침부터 밤까지, 무어라 대꾸할 때까지,

벨을 눌러대고 기도하고 노래를 불러대는 몰염치에 몇 날 며칠을 시달리다가.

어느 날 한 팀에게 인터폰으로

"이럴 시간 있으면 집 청소 깨끗이 하고 밥 잘 차려서 식구들 건사하라"고,

미친 듯이 소리 질러댔더니.

신기하게 이후로는 모든 전도 팀들이 사라지더라.



그렇게 음식에 덤벼드는 쉬파리 내쫓듯이,

밉상들을 매몰차게 무시하는 것을 당연히 여겼었는데.

거절당하는 사람들이 무표정 뒤로 감췄을 절망과 아픔이 문득 느껴지면서.

매일매일 받아야 했던 거절과 경멸에 찢기 베이었을 그들의 너덜너덜 해진 영혼이 갑자기 이해된 달지.


결코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었을 거다.

세상으로부터 멸시받고 거절당하는 경험에 무심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타인에게그저 잡상인일 뿐이지만,

그들도 심장과 감각을 가진 인간인데.

밤마다 기적을 바라며.

내일 아침, 잠에서 깨면 다른 세상이기를,

더는 거절당하지 않는 처지이기를 얼마나 바랐겠으며.

아침에는 또 시작되는 고통스러운 하루가 얼마나 괴로웠을까.



거리에서 한껏 스피커의 볼륨을 높이고 저주와 울분을 터뜨리는 무리들을 경멸하고.

그들을 이해하기는 포기했지만.

어쩌면 그들은 그렇게 거절당하는 나날을 차곡차곡 쌓아왔는지 모르겠다.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면서 존중과 사랑을 받지 못한 마음은

비뚤어지고.

마음 깊숙이 겹겹이 고이고 쌓인 증오심은 철철 흘러넘치니.

방향을 미처 가리지 못한 울분은,

그 증오심을 이용하는 악마에 의해 잘못된 방향으로 쏟아지겠지.


씁쓸하다.

개인이 자책할 일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숙제이기는 하다.


이 노릇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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