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Jul 10. 2022

지나고 보면 터무니없는...

끄적끄적

멍~하니 있다가 뜬금없이 옛날 일이 떠오르면서 실소를 지을 때가 있다.

젊은 날의 어이없었던 나의 행동이 기억난 것이다.

이제 와서는, 도대체 그때 왜 그랬을까? , 싶지만.

그때는 그래야만 한다고 믿었겠지.


개인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종종 우스꽝스러운 일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때때로 터무니없는 것들을 맹목 하여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듯 이성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행태에 우르르 몰려간다.



한때는 면죄부라는 걸,

있는 돈 없는  다 끌어모아서는 교회에 갖다 바치고, 천국으로 갈 수 있다 안도하기도 했고.

할 일 없는 귀족들은 하루에 몇 번씩 옷을 갈아입으며 무거운 가발을 뒤집어썼다.

더해 머리에 흰 가루를 뿌렸다.

식량난으로 시민들은 먹을 것이 없는데 귀족들은 그 귀한 밀가루를 머리에 뿌렸다니,

잔뜩 부풀어 오른 허연 머리가 뭐가 좋았을까?


일본 에도시대에 결혼한 여자는 치아를 검게 물들였다고 한다.

눈썹도 밀어버려서 하얀 얼굴에 작은 눈, 빨간 작은 입술의 인물화를 본 적이 있겠지.

내가 젊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눈썹을 싹 밀고 굵은 모양으로 그리는 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헨리 제임스 소설로 기억되는데.

세계 대전 전, 미국에 대부호가 많이 생겨

쇠락해가던 유럽 귀족들의 생활 방식을 뒤늦게 따라갈 때.

미국 상류층 사이에는 세분화된 예의 방식과 차림새 같은 자기들끼리의 매뉴얼이 있었나 보더라.

오히려 유럽에서는 잊혔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말도 안 되게 따지면서.

서로의 급을 나누는 기준으로 삼았던 거다.

공부하듯 그 매뉴얼을 외우고 배우면서,

매뉴얼의 권위자에게 판단을 구하기도 했다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찮은 차림새와 시시콜콜한 언행에, 식사 예법까지 옳네, 그르네, 입방아를 찧던,

유사 귀족놀이.


튤립 구근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던 어처구니없는 투기 행각도 때마다 나타나고.

건축에서는 무슨 무슨 양식이라는 시대마다 쫓아가는 특정한 유행이 있으며.

패션은 이제 패션 회사가 색상과 재질과 디자인을 대놓고 끌어간다.

여행도,

시대상을 반영하는 인기 있는 여행지와 여행 방식이 유행한다.



30여 년 전,

일본에 명품 붐이 몹시 심하게 불 때.

거리를 다니는 여성들은 너나없이 이른바 3대 명품 가방을 들고 다녔는데.

그때 일본은 내리막길이었지만 여전히 소비 강국이었다.

그래도 평범한 일본 여성에게 사치품 가방은 부담스러운 액수였을 텐데.

어느 날, 사람이 꽉 찬 퇴근길 전철에서.

몹시 피로하고, 고단하고, 심신이 고달파 보이던 중년 여인이 한창 유행하던 루이뷔통 보스턴 백을 가슴에 껴안은 채,

이리저리 리던 모습이 인상에 깊게 남았다.

쪼들리는 기색이 역력해 보이던데.

그 여성에게 명품가방은 어떤 의미였을까.


미국 명문대에 들어가려고 갖가지 기괴한 방법을 쓴다더라.

불법과 법과 위법한 행위들.

실력이 안 돼도 무조건 밀어 넣고 말겠다는 욕심.

욕심은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으니.


이런 행위를 용인하는 명문대학이라는 게

사실은 학생들 실력이 아닌 부모들의 재력과 권력을 요구하는 것이고.

세계적인 부와 권력의 네트워크로 명문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 게 그들의 목표일 수 있겠다.

그러니까 대학 본연의 존재 이유는 포기한 것일까?



예전처럼 지식이 도제식으로 좁은 시공간 안에서만 전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대학 수준의 지식은 인터넷이나 도서, 저널, 학원을 통해 스스로 또는 비슷한 의욕을 가진 커뮤니티를 통해 익힐 수 있으니.


어쩌면 지금 미국 명문대 입시 방식은,

대학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표상일 수도 있겠지.

지나고 보면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자아내는 또 하나의 비이성적 행태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로 기대어 살아간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