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일상의 동반자

작고 하찮은

by 기차는 달려가고

구워서 잘라 일일이 포장한 김을 사 먹는 시절이라,

어린 친구들 중에는 전장김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참치는 캔에서 나오고

치킨은 튀겨놓은 조각으로 사 먹는 세상이니 말이다.


나 어릴 때는 집에서 일일이 김을 구웠다.

김에 기름을 바르거나 뱅어포 양념 바르는 일은 할머니 담당.

쟁반에 김을 펴서 숟가락 등에 기름을 묻혀 김 한 장, 한 장 얇게 기름을 펴 바르고.

달군 팬 위에 거리를 약간 띄어서 김이 타지 않도록 한 장씩 김을 구웠다.

그 김을 나무도마에 올려놓고 칼로 반듯하게 잘라서 밥상에 올리고 도시락 반찬으로 싸갔지.

아, 심심할 때면 한 장 한 장 뜯어먹기도 하고요.



김의 원형이라면 하늘하늘 바닷물에서 자라는 가느다란 해초겠지만.

그 해초를 건져서 네모난 판에 얇게 떠서는 바닷가 햇빛과 바람에 말려 한 장 한 장 떼어내어야,

비로소 우리가 먹는 '김'이 된다.

수고가 참 많이 드는 식품인데 흔하고 저렴하다.

계란과 함께 자취생 밥상의 구세주이고,

학교 도시락의 고정 출연진이었다.

지금도 사 먹는 도시락이나 학교 급식에 빠지지 않을걸?

저렴한 비용과 서투른 솜씨로도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가를 공급하는 주요 식품이다.


김은 보통 기름을 발라 구워서 밥을 싸 먹거나 김밥을 마는데.

이밖에도 김을 먹는 다양한 조리법이 있다.

주먹밥을 김으로 감싸듯

나는 쌀로 만든 떡 즉, 가래떡이나 절편을 김에 싸서 기름장에 찍어먹는다.

계란말이에도 김 한 장 넣어 말고.

참치회를 김으로 싸 먹거나.

굽지 않은 김을 잘게 뜯어서 조물조물 양념에 무치는 김무침이 있고.

바닷가 마을에서는 김으로 김국도 끓인단다.

안 먹어봤지만 맛있을 듯.

김을 잘게 부수어 각종 죽, 비빔밥, 볶음밥, 잔치국수, 비빔국수, 칼국수, 만둣국, 떡국, 계란국... 에 뿌리면,

맛이 떨어지는 음식도 김의 고소한 맛으로 먹을 만 해진다.

아, 또 김말이가 있다.

시중에서 파는 김말이 안에는 양념한 당면만 들어있지만,

우리 외할머니 김말이는 다진 고기와 채소를 넣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만두소와 같은데 겉을 김으로 싸서 가루를 묻혀 기름에 구운 거였다.



김도 종류가 많다.

일반 김, 곱창김, 돌김, 파래김 등등.

종류마다 살짝살짝 미세한 맛의 차이가 있다.

또 질에 따라, 두께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는데,

대체로 그리 부담 없는 대중적인 가격이다.

대단한 솜씨가 없어도 일정한 맛을 내주고,

간편하게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기특한 식품.


고맙다.

정말 고마워.

우리 밥상의 든든한 파수꾼.

우리는 김한테 훈장이라도 바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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