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 콩나물

작고 하찮은

by 기차는 달려가고

내가 어릴 , 키 큰다는 음식이 몇 개 있었다.

그 대표적인 식품이 콩나물이었다.

쑥쑥 자라는 콩나물의 상징성 때문인지,

아니면 고기반찬만 찾는 아이들에게 채소를 먹이려는,

뽀빠이의 시금치 같은 독려 차원인지는 모르겠으나.


콩나물을 먹지 않던 나는 중학교 가서부터 훌쩍 키가 자랐고

예나 지금이나 콩나물 좋아하는 동생은 키가 나보다 작다.

흠.



콩나물은 우리 밥상의 기본 찬거리 중 하나다.

있는 듯 없는 듯 맛이 분명하지 않고

값나가는 고급 식재료도 아니며

계절이나 지역 상관없이 흔하게 널려서 귀한 대접은 받지 못하지만.

그 어떤 식재료와도 잘 어울리고 무슨 양념을 해도 어색하지 않다.


날이 추우면 우리는 뜨끈한 콩나물국밥을 찾고.

술꾼들은 숙취가 가시지 않은 아침, 들볶인 속을 풀어줄 콩나물 국물을 들이켠다.

매콤하거나 심심하거나 어떻게 무쳐도 맛있는 콩나물 무침.

소고기를 넣거나 조개를 넣거나 오직 콩나물뿐이거나,

소금이거나 간장으로 버무리거나,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거나 고춧가루 듬뿍 뿌리거나,

어떤 양념으로도 콩나물국은 개운하며.

밍밍한 콩나물죽도, 양념장에 비비는 콩나물밥도 싫어하는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콩나물 불고기에, 콩나물 잡채도 맛있는 반찬이고.

아귀찜에도, 매운탕에도, 고추장찌개에도, 얼큰한 경상도 소고기뭇국에도 콩나물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비빔밥에도, 라면에도 콩나물은 빠질 수 없지.


집밥에도, 단체 급식에도, 구내식당에서도.

허름한 식당의 백반이나 한정식집 큰상 차림에도 한 자리 차지하시는 콩나물 반찬.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콩나물은 건강한 우리 밥상을 지키는 중요한 식재료다.



고기만 찾아대던 나는 나이 들어서야 콩나물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나서지 않고 튀지 않고,

뒷전에서 조용히 제 몫을 하는 콩나물.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다가가 자신을 나눠주는 친근하고 헌신적인 콩나물의 됨됨이를 비로소 알아차린 것이다.

훌륭하구나.


이제야 내가 세상 가치를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되었나 보다.

고맙고 고맙다.

앞으로도 쭈욱, 우리 함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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