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밥을 적게 먹고 그래서 쌀 소비량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쌀은 우리에게 있어 먹는 행위 그 자체이다.
쌀밥이 있기에 우리 밥상의 그 다채로운 반찬들이 가능하다.
옛날, 집에 쌀이 떨어졌다 함은 곧 굶주림이 시작된다는 뜻이었고.
하얀 이밥에 고깃국 한 그릇은 풍족한 생활의 상징이었다.
쌀농사가 없는 두메산골 처자는 쌀 한 말을 다 먹지 못한 채 시집간다 했고.
가난뱅이 흥부는 제비의 은덕으로 키운 박을 탔을 때,
번쩍거리는 금은보화보다 우수수 쏟아지는 하얀 쌀알이 더 반가웠으리라.
갓 지어서 김이 오르는 따끈따끈 밥 한 그릇이면 추릅, 입맛이 돌고.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먹어도 쌀밥이 없으면 어딘가 허전하다.
쌀로는 떡도 만들고, 누룽지도 구우며.
죽을 끓이고 미음을 쑤고, 식혜를 끓이고.
과자도, 국수도 만들지만.
쌀은 밥을 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쌀이 있어서 밥을 짓고.
밥이 있어야 국밥을 말고, 비빔밥을 만들며,
볶음밥, 김밥, 주먹밥에 초밥이 가능하다.
밥은 고추장찌개랑도 먹고,
김치찌개에는 반드시 밥이 있어야 하며.
삼계탕에도 밥 한 그릇,
얼큰한 생선 매운탕에도 밥,
짭조름한 장조림에도 밥,
심심한 취나물 한 젓가락에도 밥 한 술.
밥을 김에 싸서 간장만 콕 찍어도 맛있고.
간장게장에도 밥,
부대찌개에도 밥이다.
한여름 강된장에 쌈채소가 그득 올라오면 밥 한 그릇 가뿐하고.
쉽게 먹는 계란프라이에도 밥,
멸치볶음에도 밥이며.
하물며 라면에도 밥을 찾고.
돈가스에도 밥,
지글지글 스테이크 한 덩어리에도 밥이다.
무엇보다 잘 익은 배추김치에 뜨끈뜨끈한 쌀밥 한 공기!
쌀값은 정말 싸다.
영양가나 포만감이나 그 쓰임에서 쌀값은 억울하다.
우리 식생활에서 쌀이 감당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농부에게 돌아가는 몫은 터무니없어서,
볕에 그을린 농민들께 죄송할 따름이다.
흔하고 널린 쌀.
쌀을 씻다 흘려도 아까워하지 않고,
밥을 남겨도 미안한 마음이 없는데.
그러나 우리 생명의 근간인 밥상,
그 밥상의 근본인 쌀은,
밥상의 기쁨과 효용을 떠받치는 우리 밥상의 종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