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모두의 벗, 김치

작고 하찮은

by 기차는 달려가고

사실 우리에게 김치는 절대 작지도 하찮치도 않다.

우리 밥상에서 김치의 위상은 어마어마하지.

제대로 차려진 밥상에는 떡하니 김치 사발이 놓이고.

자취생들의 컵라면도 김치가 있어야 완성된다.

우리는 한겨울을 나기 위해 김장을 하고.

배추, 무, 열무, 오이, 갓 등등,

거의 모든 채소를 김치로 만들어버린다.

빨간 김치, 백김치, 동치미, 물김치, 장김치, 깍두기, 오이소박이...


김치를 담는 데는 손이 많이 가고,

익어서 맛이 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며,

재료비도 적지 않아 김치 가격은 절대 낮지 않다.

그럼에도 김치는 우리 음식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

집에서도 만들고, 식당에서도 만나며.

시장에서도, 백화점에서도, 마트에서도, 온라인쇼핑에서도, 오일장에도, 김치축제에서도.

전국 어디서나 온갖 재료로 만든 각양각색의 김치를 1년 내내 맛볼 수 있다.

그래서 친숙하고 익숙해 김치를 귀히 여기지 않는다.



돼지수육에는 사각사각 겉절이가 제격이고.

칼국수를 끓이면서는 갓 담아 아직 덜 익은 김치를 꺼내야지.

잘 익은 김치가 있으면 흰쌀밥 한 그릇은 순삭이고.

시어 빠진 김치에는 꽁치 통조림을 쏟아부어 콤콤한 꽁치 김치찌개를 만들어 버린다.

잘 씻어 물기를 꼭 짜낸 묵은지를 달달 들기름에 볶으면서,

오늘 다이어트는 망했네, 한탄하지.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는데, 이런 이율배반이라니.

김치찌개를 끓이고,

김치를 볶는다.

김치볶음밥, 김칫국, 김치죽에, 김치 국수.

김치전, 김치만두에, 김치김밥, 김치수제비.

김치를 넣어 비지찌개를 끓이고,

부대찌개에도 김치,

청국장에는 신김치를 넣어!


우리 음식이지만 한식 한정 김치가 아니다.

돈가스에도 김치,

피자를 먹으면서도 김치.

까르보나라에도 김치.

스테이크에도 김치가 있어야 고깃덩어리가 맛있어진다.

고기, 생선,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할 것 없이 김치는 두루두루 어울리고요.

치즈에도, 버터랑도, 카레에도 김치는 놀라운 친화력을 발휘하며.

날로도, 구워도, 지져도, 끓여도, 만두 속에 넣어 튀기거나 쪄도,

어떤 조리방식으로도 김치는 맛있는 조리가 가능하다.



우리 집에서는 꼭 김장김치가 아니어도 무채를 썰어 양파, 대파, 청각, 동태에 새우젓과 소금, 고춧가루에 밀가루 풀 등 여러 가지 양념을 버무려서,

배춧잎 사이사이 켜켜이 속을 넣었다.

그래서 배추김치라 해도 배추만이 아니라

시큼하게 익어가는 다른 재료들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중에서 파는 김치는,

그래서 가정에서도 따라가기를.

줄이고 줄인 속재료에 양념을 한꺼번에 갈아서 배추이파리에 그냥 묻히는 방식.

뭐가 들었는지 분간이 안 되네.

비용과 노동을 줄이려는 상업적으로 변질된,

또는 얄팍하게 시늉만 낼 뿐인 간단 김치가 흔해졌다.


세월 따라, 형편 따라 모든 것이 변해가니 이것도 추세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좋은 원형은 지키면서 발전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아끼고 사랑해 마지않는 김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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