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양파

작고 하찮은

by 기차는 달려가고

세계 어디를 가나,

어느 계절에, 어떤 식당에 가도 양파가 들어간 음식이 있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지역 가리지 않고,

종교도 상관없고,

부자도 가난뱅이도 가리지 않는 흔하고 널린 양파.

우리 집 베란다 선반에도 양파 한 꾸러미가 매달려있다.



온갖 김치를 담을 때,

양파는 양념 속에 들어가 맵싸하고 달큼한 맛을 더하고.

찌개에도, 생선조림에도, 장조림에도, 불고기, 닭볶음탕, 제육볶음, 매운탕, 오징어무침, 도토리묵에도 양파는 빠지지 않는다.

얼큰한 짬뽕에도, 짜장면에도, 탕수육에도.

그 음식들이 놓인 테이블 위 밑반찬으로도 양파는 춘장과 짝하여 올라와 있다.


서양 음식인 계란 오믈렛 속에도,

샐러드, 샌드위치, 햄버거에도 양파는 주요 출연진이고.

스테이크 곁들이로도,

수프에도 양파는 적극적으로 참가한다.

카레에도 등장하고,

크로켓에 없으면 안 되며.

불맛 나는 볶음밥, 볶음면, 빵에도 어김없이 양파는 존재를 드러내지.



그물망에 담긴 묵직한 양파 한 꾸러미를 풀어서

고기랑 구워 먹고,

카레도 한 솥 만들고.

한참을 갈색이 나도록 볶아서 밀폐용기에 넣었으며,

옛날 사라다에도 넣어서.

이렇게 실컷 먹고도 남아 두어 개는 피클을 담고,

또 두어 개는 간장물을 끓여 장아찌로 만들면서.

저 밑에 싹이 돋기 시작한 양파는 물을 채운 유리컵에 얹어 창가에 두었다.


조금씩 솟아오르는 연두색 순.

생명은 그렇게 봄이 오는 창가에서 싱싱하게 자라났고.

겹겹이 동그랬던 양파는 새 생명에게 자신을 내어주며 쪼그라든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눈물 한 방울이 눈가에 맺히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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