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남으면 제로페이나 지역화폐를 사둔다.
서울페이는 구매 기회를 잡기가 어려워져서 이제는 거의 포기했고,
제로페이도 당분간 판매가 중단되었다.
대신 약간의 할인으로 브랜드 상품권을 판매한다.
언젠가는 쓰겠다, 싶은 브랜드나 지역화폐를 사두고는 당장 쓸 일은 없으니 잊어버렸다.
또는 남은 액수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어느 심심한 밤에 휴대폰을 뒤적이다가
앗, 이것도 있었어?
, 하는 제로페이를 발견하고는 마치 공짜인 양 기뻐지는 것이다.
그래서 막 써버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가게들을 한 바퀴 돌면서 세일하지 않는 기초 화장품도 팡팡 사버리고,
공정무역 차와 초콜릿도 몇 개 샀으며.
케이크도 두 쪽,
전기구이 통닭도 한 마리 집었다.
분명히 내 돈 내고 내가 산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건데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막 선물하는 기분이고.
고가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서 할인받은 총액은 얼마 되지 않는데.
지역화폐나 할인되는 브랜드 상품권을 쓸 때는 왠지 호기스러워지고,
물건 가격에 덜 민감해진다.
그렇다고 필요 없는 물건을 쓸데없이 사는 건 아니니,
기분이 좋다는 정도이지 낭비는 아니다.
하여간 틈틈이 사둔 제로페이와 서울페이, 브랜드 상품권으로 결제하니 다음 달 카드값에 추가되는 것 없이 필요한 물건이 내 손에 들어와 기분이 좋고.
썰렁한 가게 매출을 올려주어 그것도 다행이며.
한동안 기초화장품이 해결되었으며,
전기구이 통닭은 맛있고,
달달한 케이크도 행복했다.
이거이 횡재의 맛인가?
서민들이 소소하게 횡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제발 지역화폐를 계속 발행해 주시기를.
특히 날로 개악되는 서울페이의 원상복구가 시급합니다.
물가는 오르고 수입은 줄어서들 아우성인데
빈 아파트 수 천 채 사주느라 버릴 돈이면
시민들을 위해 훨씬 요긴하게 사용할 부분이 많을 텐데 말입니다.
아휴,
하여간 맘에 안 들어.
죄다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