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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pr 20. 2023

병원 입원할 때 준비물

끄적끄적

갑자기 어머니 병원 생활이 생각나면서 환자 또는 보호자로서 준비할 물건들에 생각이 미쳤다.

나는 여행 갈 때도 그렇지만 상당히 꼼꼼하게 준비물을 챙기는 사람이고,

그래서 짐이 많기는 하다.



어머니가 입원하실 때는 음식부터 이불, 심지어는 캠핑용 의자까지 들고 간 적이 있는데.

물론 처음에 다 가져간 것은 아니었다.

머리까지 받쳐주는 캠핑용 의자는 한방병원에 두 달 정도 계셨을 때,

병원 의자가 불편하다 해서 따로 가져간 것이었고.

갈아입을 옷(환자복 상의 대신 하얀 면티와 카디건을 입으셨다)과 당장 드실 음식물과 가벼운 차렵이불은 입원할 때 들고 갔다.


캐리어에는 준비물이 다 들어가지도 않고 병실에 두기에도 마땅치 않은 부피라서.

음식물은 보냉가방에 넣고.

여러 가지 물건을 넣은 접이식 헝겊 상자 두어 개는 착착 쌓아서 짐 옮기는 카트에 실었다.

그리고 접이식 선반도 가져간다.

그러면 병원에서 물건을 꺼내 이불은 덮고, 옷은 옷장에 넣고, 음식은 냉장고에, 그릇 종류는 선반에 정리하여 창가에 두고는.

접이식 상자는 접어서 옷장 위에 얹고,

보냉가방은 접어서 냉장고 위에 두고,

카트도 착착 접어서 구석에 밀어 넣는다.


준비할 음식물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다.

식사를 잘하실 때는 온갖 별미 반찬에, 과일에, 생과일주스에, 차 종류, 디저트에 밥까지 해갔지만.

병세가 깊어지면서는 국물 음식과 죽, 과일을 준비하고.

내가 매일 아침 집에 잠깐 들러서 커피를 내려가기도 했었다.

보호자도 밥을 먹어야 하는데,

몇 번은 병원 내 식당을 이용하거나 보호자용 식사를 주문하기도 지만 내 입맛에 별로라서,

며칠 치의 밑반찬과 밥을 가져가서 대충 먹었다.

퇴원하고 집에 오면 집밥이 가장 기쁘다.


도구도 필요하다.

수저와 캠핑용 컵과 보온병, 칼과 접시, 쟁반은 필수이다.

과일을 깎거나 음식을 덜어 먹어야 하니까.

포장재를 자를 작은 가위도 유용하다.

또 환자의 약을 받아둘 작은 바구니와 환자에게 수시로 필요한 물건들을 넣을 바구니도 필요하다.

환자 옆  닿는 선반에 둘 것.

병원에는 정수기와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음식데울 수는 있지만 맛은 나지 않는다.

수술 뒤에 따끈한 보리차를 드시고 싶어 하시는데 내가 집에 가서 끓일 시간이 없어서,

1인실에 계신 점을 이용해 여행용 전기버너로 몰래 보리차를 끓인 적이 있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건 알지만요.


빨래의 경우,

수건 빨래가 가장 부피가 크다.

며칠 입원이면 빨래거리를 모아서 집에 가져오는데.

길게 입원할 때는 병원에 있는 빨래방을 이용하거나.

밤에 환자를 맡겨두고 집에 와서 빨래를 돌리거나 했었다.

병원 이불을 덮고, 환자복을 입고, 병원 음식을 먹는다 해도 속옷이나 수건 같은 소소한 빨래거리가 나오기 때문에 병원에 길게 입원하게 되면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기가 참 어렵다.

내가 며칠 입원했을 때,

과일, 밑반찬과 수건, 생수를 넉넉히 준비했지만

예정보다 입원일이 길어져서 생수와 과일을 아껴먹었다.

보호자 없이 혼자, 오래 입원하는 분들은 여러모로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책이나 노트북을 준비해도 늘 환자를 주시해야 하는 보호자로서는 펼치기가 어렵다.

자리도 불편하고 마음은 분주하며 몸은 피곤하니.

그냥 창밖을 바라보면서 멍~ 때린다.


아, 보호자 침구는 따로 준비해야 한다.

나는 캠핑용 베개와 가벼운 침낭을 가져갔었다.

티슈와 세안도구도 필요하다.

편하게 신을 슬리퍼 같은 신발도 필수.

나는 그릇을 닦을 수세미와 세제도 따로 준비했었는데,

탕비실에 마련되어 있기는 하다.

처음에는 설거지거리를 담을 바구니도 가져갔다가 물기가 똑똑 떨어지므로,

나중에는 닦을 그릇을 담을 헌 비닐봉지와 씻은 그릇을 담을 새 비닐봉지 두 장으로 해결했다.

이것들을 담아 옮길 타포린백은 유용하다.



여행과 비슷한 준비물이지만 환경이 전혀 다르니.

우울하고 걱정스러운 상황에서도 평온한 정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강인한 멘털이 최우선 준비물이겠다.


그나저나 대형병원 식당과 부대시설 비용이 너무 비싸다.

병원에서 요구하는 수수료가 높아서 업체 측도 어쩔 수 없다는데

병원에 갇힌 환자와 보호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끙.


* 더해서

전기요 추가요.

계절 상관없이 전기요를 항상 가져가 깔았다.

이건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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