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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조각으로 완성한 행복

하루치의 따뜻함 30

by 전태영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희로애락이 있다. 우리 가족에게도 그 시절이 있었다.

20여 년 전, 평범하지만 행복한 나날이었다. 아이들은 초등학생, 웃음소리가 집 안 가득한 행복한 가정이었다. 하지만 잔병치레가 잦아 하루하루가 버겁던 때였다. 그날 저녁, 내가 말했다.


우리 함께 퍼즐 맞추기 해볼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길로 우리는 인근 마트에 들러 천 조각짜리 대형 퍼즐 하나를 사 왔다.

완성 사진에는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이 담겨 있었다. 가로등, 카페 의자, 자전거... 낭만적인 거리 풍경이 참 근사했다.

“이걸 완성하면 우리 마음속의 어려움도 함께 사라질 거야. 우리 모두 힘을 합쳐보자.”

작은 조각 하나하나를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바닥에 흩어진 천 개의 조각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우리는 손을 맞잡았다. 퍼즐을 맞추며 서로 파이팅을 외치고, 웃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며칠이 지나자, 퍼즐은 절반쯤 완성되어 있었다. 그때의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고, 아내의 미소는 오랜만에 환했다. 우리의 마음속에도 작은 희망의 불빛이 켜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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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름이 되는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사소한 일로 아이들과 말다툼을 벌인 것이다. 순식간에 손길이 엉켜, 그동안 맞춰온 퍼즐이 산산이 흩어졌다. 순간 모두가 얼어붙었다. 그 조각들은 마치 우리 마음의 조각 같았다. 애써 쌓아 올린 것이 한순간 무너져 내린 모습. 그날 밤, 나는 오랫동안 멍하니 퍼즐 조각들을 바라봤다.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었다. 다음 날, 나는 가족에게 말했다.


“아빠가 잘못했어. 우리 다시 시작하자.”

그렇게 다시 모인 가족은 처음보다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우리는 마침내 천 개의 퍼즐을 완성했다. 완성된 그림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외쳤다.

“우리가 해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흩어진 조각을 다시 맞추는 그 과정 속에, 이미 행복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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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맞춘 천 개의 퍼즐은 우리 거실 벽면에 걸려있다. 마음 속 '보물 상자'처럼 말이다.


행복은 완성에 있는 게 아니라

흩어진 조각을 함께 맞추는 그 과정에 있다는 것을.

무너질 수도 있지만 다시 시작할 용기도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퍼즐처럼 인생도 결국,

서로의 조각이 되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가는 일이다.


지금까지 '하루치의 따뜻함' 브런치북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여전히 매일 글을 쓰고 있고, 하루하루 쓰는 글 속에 저의 이야기를 담아 볼 생각이에요. 지금까지는 따뜻함을 담았다면 앞으로는 우리 인생 속 다양한 감정들을 하나 하나 글로 써 보려고 합니다. 그 시리즈도 많이 읽어주세요! 여러분의 하루에 따뜻함이 있길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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