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을 향한 나의 두 번째 걸음마

60대에 '퍼블리셔스 테이블' 북페어 속 작가로 참여를 했다

by 전태영

설레는 밤을 지나,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북페어에 참가해 나의 신간 도서를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이는 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어, 몇 날 며칠을 설렘에 밤잠을 설쳤다. 딸은 아빠의 첫 신간도서 출간을 위해 누구보다 애를 많이 썼다. 아빠가 직접 쓴 손글씨를 스캔해 감성적인 소품으로 만들고, 책 속 문장을 정성껏 골라 사진엽서로 꾸미고, 작은 부스 하나를 따뜻한 이야기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매 순간 무던히도 노력했다. 책이 한 장, 두 장 인쇄되어 나오는 과정을 기다리는 것도 설렜지만, 진짜 가슴이 뛰던 순간은 책을 전시할 부스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때였다. 어떤 이가 다가와 책을 들고, 한 장씩 조심스레 넘기며 읽는 장면이 수없이 떠올랐다.

KakaoTalk_Photo_2025-10-20-17-24-16-6.jpeg

그 상상이 현실이 된 날, 2025년 10월 17일.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북페어의 문이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200여 팀의 작가들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첫 부스를 열었다. 딸이 미리 세팅해 둔 '다락부부 E29번' 부스에서 오고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내 첫 책 『하루치의 따뜻함』을 진심으로 독자들에게 건넬 수 있었다.


기획․편집: 전민선(딸), 김정민(아내)

글․사진: 전태영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북페어 현장은 기대 이상이었다. 분주한 행사장 한 켠, 나의 책이 전시된 작은 부스 앞에는 낯선 얼굴들이 하나둘 멈춰 섰다. 『하루치의 따뜻함』이라는 제목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는 이들의 손끝, 사진과 짧은 문장을 따라가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서 나는 깊은 감동을 느꼈다.

누군가 다가와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이 책은 어떤 마음으로 쓰신 건가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하루 중 문득 멈춰 서고 싶을 때, 조용히 읽을 수 있는 이야기요. 그런 순간이 저도 필요로 했고, 그래서 남기게 됐습니다.”

사실 이 책은 교실 한 켠 책상에 앉아 조용히 떠올린 일상의 조각들에서 시작됐다. 겉보기엔 별것 아닌 풍경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작고 따뜻한 순간들이 있었다. 가족과 함께한 저녁 식사, 아이들의 웃음소리, 동료의 다정한 인사. 그 모든 것들이 모여 하루치의 따뜻함이 되었다. 처음엔 그저 사진 몇 장과 메모뿐이었지만, 그 조각들이 하나둘 모여 책이라는 형태를 갖추게 된 건 전적으로 가족의 힘이었다.

KakaoTalk_Photo_2025-10-20-17-24-16-5.jpeg

무엇보다, 이 여정을 함께 기획하고 편집해준 딸의 존재가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글을 쓰는 교육자’보다는 ‘그저 교육자’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딸과 함께 원고를 다듬고, 제목을 고민하고, 사진 배치를 하나하나 조율했던 밤들. 그 시간이 쌓여 책이 되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나를 데려다주었다. 책을 몇 장 읽던 한 독자는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선생님, 이 책 정말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요즘 같은 날에, 저한테 꼭 필요한 말들이었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준비했던 모든 수고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따뜻함이 되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맙고 또 벅찼다. 요즘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다. 무엇을 하든 ‘나’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보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 속에 『하루치의 따뜻함』이 살짝 끼어들어, 누구에게는 작은 쉼표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정한 말 한마디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KakaoTalk_Photo_2025-10-20-17-24-16-12.jpeg

『하루치의 따뜻함』은 그저 글과 사진의 묶음이 아니다. 그 안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나를 다시 숨 쉬게 해준 일상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따뜻한 위로가 되는지를. 이 책을 통해 누군가에게 조용히 전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 이 모든 여정을 함께 걸어준 딸아.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

처음 부스를 열고 독자들을 맞이하던 순간부터, 마지막 박스를 닫고 행사장을 나서기까지, 그 모든 순간이 내게는 생생한 감동이자 배움이었다. 내가 쓴 책이 누군가의 손에 들리고, 그들이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글이라는 것이 얼마나 깊이 닿을 수 있는지를 실감했다. 책 한 권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마음의 결을 어루만질 수 있다는 사실이 벅차게 다가왔다. 이번 북페어는 내게 단순한 ‘참가’가 아니었다. 작가로서의 첫걸음을 진짜로 내딛게 해준 자리, 그리고 누군가와 마음 깊이 연결되는 특별한 경험을 안겨준, 잊을 수 없는 무대였다.

이번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의 북페어는 ‘세상을 향한 나의 두 번째 걸음마’와도 같았다. 첫 번째가 글을 쓰는 일이었다면, 두 번째는 그 글을 세상 앞에 내놓는 일이었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일이라는 걸 배웠다. 그리고 그 마음이 제대로 닿으려면 진심을 다해 써야 한다는 책임 또한 함께 따라온다는 것도.

KakaoTalk_Photo_2025-10-20-17-24-16-13.jpeg

이 자리를 빌려, 책을 펼쳐봐 준 모든 독자 분들께, 그리고 짧은 대화를 나누며 따뜻함을 전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이 시간은 그저 하나의 행사가 아니라 내 인생에 오래도록 기억될 한 장면이 되었다.

KakaoTalk_Photo_2025-10-20-17-24-16-3.jpeg

그리고 나는 이제, 더 많은 ‘하루치의 따뜻함’을 찾아 다음 걸음을 준비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