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나간 자리 2화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고마움, 서운함, 불안함, 설렘 같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때마다 마음 한켠이 흔들리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는 그 감정의 이름을 제대로 들여다볼 틈이 없습니다.
이 연재는 그런 제 안의 마음의 조각들을 하루에 하나씩 꺼내어 바라보려는 시도입니다. 크고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평범한 감정의 순간 속에서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나누고 싶습니다.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함께 미소 짓게 되는 이야기로 글을 읽는 여러분의 하루에 잔잔한 쉼표 하나가 되어드리길 바랍니다.
오늘은 '행복'이 지나간 자리 입니다.
행복이란, 단순함 속에서 피어난다. – 헬렌 켈러
가을 야구가 한창인 요즘, 우리 가족의 하루하루는 특별하게 빛난다.
딸과 사위는 인천에 살고 있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카톡으로 실시간 소통을 한다. 직관도 좋지만, 거실에 모여 가족과 함께 경기를 보는 이 시간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큰 행복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좋아하는 팀과 사랑하는 선수가 있고, 사위와 딸의 엇갈린 응원이 우리를 웃고 설레게 하기 때문이다. 사위는 한화를, 딸은 우리와 함께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한다. 서로 다른 마음이 한 시합 안에서 부딪히며 수많은 감정의 파도를 만들어낸다.
지난 플레이오프 4차전, 우리 가족의 거실은 작은 전쟁터였다. 안타 하나, 홈런 하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손에 땀을 쥔 채 숨죽이는 순간이 이어졌다. 4점차 승부의 긴장감 속에서 딸은 삼성을, 사위는 한화를 응원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두 팀 모두를 응원한다. 그런 아이러니 속에서 더 큰 재미와 몰입이 생겨난다. 그리고 마침내, 삼성의 김영웅 선수가 3점 홈런으로 역전을 이루는 순간, 거실은 환호로 가득 찼다. 그 짜릿한 반전의 순간, 우리 가족은 하나가 된다. 이 몰입과 스릴이야말로, 우리가 프로야구에 빠져드는 이유다.
‘몰입한다’는 건 잡념이 사라지고, 오직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쏟는 상태다. 내가 사랑하는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두 눈이 반짝이고, 안타나 홈런이 터질 때면 세상 모든 것이 멈춘 듯하다. 그 순간, 행복은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 가족에게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그건 우리를 하나로 묶고, 삶에 활력을 주며, 행복을 충전해주는 마법 같은 존재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다하고 함께 즐기는 순간, 그곳에서 행복은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