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함, 이토록 단단한 사랑

마음이 지나간 자리 3화

by 전태영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고마움, 서운함, 불안함, 설렘 같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때마다 마음 한켠이 흔들리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는 그 감정의 이름을 제대로 들여다볼 틈이 없습니다.

이 연재는 그런 제 안의 마음의 조각들을 하루에 하나씩 꺼내어 바라보려는 시도입니다. 크고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평범한 감정의 순간 속에서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나누고 싶습니다.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함께 미소 짓게 되는 이야기로 글을 읽는 여러분의 하루에 잔잔한 쉼표 하나가 되어드리길 바랍니다.

오늘은 '든든함'이 지나간 자리 입니다.


세 번째 감정, 든든함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 god '촛불하나'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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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이면 아들과 함께 테니스 코트로 향한다. 햇살이 막 올라오는 시간, 손에 라켓을 쥐고 걸을 때면 마음이 이상하게 편해진다.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아들과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공이 라켓을 스치며 ‘뻥’ 소리를 낼 때마다, 그 속엔 ‘함께 있음’이라는 따뜻한 울림이 숨어 있다.


아들이 어렸을 땐 많이 약했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속 한 켠이 아플 때가 많았다. 가끔 집 앞 테니스장에 따라 나와 내가 동호인들과 테니스를 치는 걸 그저 구경만 하던 아이. 코트 밖 의자에 앉아 아이스바를 입에 물고, 아빠의 스윙을 눈으로 쫓던 아이가 이젠 나와 함께하는 테니스 친구가 되어 있다.


지금은 내가 아들의 스윙을 바라본다.

그 어깨의 각도, 손목의 스냅, 공이 네트를 가르는 궤적까지, 어릴 적 나를 보던 눈빛 그대로, 이제는 우리 아들이 나를 이끌어주는 듯하다. 아들이 스매싱으로 위닝 샷을 꽂아 넣을 때면, 가슴 속이 후련하다.

“아빠는 왜 나랑 칠 땐 그렇게 잘 쳐?”

아들이 웃으며 묻는다.

“글쎄다. 아들이 든든해서 그런가 봐.”

정말 그렇다. 아들과 함께 있을 때면 이상할 만큼 힘이 난다. 그의 존재만으로 내 하루가 다시 중심을 잡는다. 든든함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누군가의 곁에 조용히 서 있는 마음, 그 ‘함께’라는 두 글자 속에서 비롯된다.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고 마음은 여전히 흔들리지만, 그 든든함 하나면 하루를 버틸 수 있다.


오늘도 코트 위에서 아들과 함께 파트너가 되어 테니스를 친다. 하얀 공이 파란 하늘을 가르고, 짧은 탄성이 이어질 때, 나는 안다. 이 순간이 내 삶의 중심이라는 것을. 이토록 단단한 사랑이 내 안을 채우고 있음을. 이게 바로, 나를 버티게 하는 든든함이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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