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나간 자리 1화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고마움, 서운함, 불안함, 설렘 같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때마다 마음 한켠이 흔들리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는 그 감정의 이름을 제대로 들여다볼 틈이 없습니다.
이 연재는 그런 제 안의 마음의 조각들을 하루에 하나씩 꺼내어 바라보려는 시도입니다. 크고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평범한 감정의 순간 속에서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나누고 싶습니다.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함께 미소 짓게 되는 이야기로 글을 읽는 여러분의 하루에 잔잔한 쉼표 하나가 되어드리길 바랍니다.
오늘부터, 마음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이야기들을 함께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아내가 아팠다.
늘 건강하던 아내가 갑자기 아프니, 눈앞이 캄캄했다. 평소엔 아내가 차려주던 밥상이 어느새 내 몫이 되었다. 설거지하기, 청소하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예전에도 같이 분담해서 했지만, 지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밥짓기부터 시작했다. 오래전 총각 시절 자취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쌀을 씻고, 밥솥의 버튼을 누르는 그 사소한 일이 어쩐지 낯설었다. 그래도 밥을 지어 식탁 위에 올리니 아내가 미소 지었다.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꿀맛이야.”
그 한마디에 어깨가 괜히 으쓱했다. 설거지를 하며 깨달았다. 그동안 ‘돕는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함께해야 할 일’이었다는 걸.
조심스레 그릇을 닦고, 싱크대를 정리하며, 아내가 평소에 했던 모든 손길이 얼마나 세심했는지 새삼 느꼈다. 청소기를 돌리고, 땀을 닦으며 잠시 거실에 서 있었다. 깨끗해진 바닥 위로 오후의 햇살이 내려앉았다. 아내가 미소 짓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내 마음이 더 행복했다.
그동안 나는 사랑을 표현하기보다 느끼는 것으로만 여겼다.
하지만 이제야 안다. 사랑은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일이며,
함께 살아간다는 건 곁에 머무는 마음의 형태라는 것을.
오늘도 깨끗이 닦인 그릇 위로 오후의 햇살이 내려앉는다.
그 빛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사랑을 배운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가장 깊이 흔드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