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함, 1분 지각이 알려준 것

마음이 지나간 자리 13화

by 전태영

열 세번째 감정, 야속함

시간은 정확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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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기다리지.. 1분이었는데 말이야.”


아주 오래전, 자가용이 없어 카풀을 하던 시절의 일이다. 지금도 그날 아침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출근 준비가 조금 늦어졌다. 옷을 입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서둘러 집을 나섰다. 딱 1분만 일찍 나왔어도 됐을 텐데,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약속 시간보다 정확히 1분 늦어 있었다. 하지만 카풀 차는 이미 떠난 뒤였다. 전화를 해봤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뒤를 쫓았다.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이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그 짧은 거리조차 마음속에서는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1분인데 그냥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 됐을까.’ 그날 마음이 꽤 서운했다. 늘 같이 웃으며 출근하던 사람들이라 더 그랬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머릿속에서는 그 생각이 하루 종일 맴돌았다. 약속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단정하고, 때로는 냉정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한 날이었다. 그날 하루는 유난히 길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날의 일은 점점 흐려졌다. 누가 먼저 떠났는지,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는 희미해졌지만 그때의 감정만은 아직도 남아 있다. 야속했지만, 그 1분은 내 습관을 바꿔 놓았다. 그 뒤로 나는 약속이 있으면 늘 5분 일찍 나선다. 늦을까 봐 조급해서라기보다, 누군가를 기다리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이제는 기다리는 쪽이 훨씬 편하다. 잠깐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마음에 남을 서운함을 남기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날 나를 두고 떠났던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때의 서운함 덕분에 나는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배우게 되었다.


그까짓 1분이라고 여겼지만, 그 1분은 내게 시간을 지키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섬세한지도 알려주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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