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나간 자리 12화
갈등은 변화가 다가온다는 신호다 -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오래 전, 아내와 참 사소하지만 웃지 못할 갈등이 있었다. 연로하신 아버지를 모시고 지내다 보니 지금의 집으로는 여러모로 여건이 맞지 않았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적당한 집을 구해 이사 가자고 주장했다.
“지금 형편에서는 빨리 결정하는 게 맞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
“이사는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잖아요. 더 신중하게 찾아봐야 해요. 아버님도 모셔야 하니까요.”
그 말에 나는 답답함이 앞섰고, 아내는 내 성급함이 못마땅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이나 ‘이사를 서둘러야 하느냐, 천천히 해야 하느냐’를 두고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몇 군데 집을 급히 보러 다니기도 했지만, 마음에 쏙 드는 곳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 과정을 겪으며 나는 서둘러 결정하려던 내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고, 결국 아내의 말대로 시간을 들여 집을 찾았다. 돌이켜보면, 그 선택 덕분에 지금까지 큰 불편 없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오고 있다. 그때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문제처럼 느껴졌는데, 지나고 보니 참 사소했다.
살다 보면 이런 순간이 종종 있다. 4×7은 분명 28인데 끝까지 27이라고 우기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틀림보다 더 큰 문제는 ‘고집’이고, 그 고집이 감정이라는 불씨를 키운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깨닫는다. ‘누가 맞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싸움을 할 필요가 있었느냐’라는 사실이다. 옛이야기 속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다투다 원님을 찾아간 두 사람에게 원님은 뜻밖의 판결을 내린다. 4×7=27이라 우기는 사람은 그냥 돌려보내고, 4×7=28이라고 주장한 사람에게 곤장을 내린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저런 인간하고 싸우는 네가 더 나쁜 놈이야.”
원님은 싸움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 싸움에 뛰어든 선택 자체를 본 것이다.
몇 번 겪다 보면 알게 된다.
“이 싸움은 답이 없다.”
어떤 문제는 풀 가치가 없고, 어떤 사람은 설득할 필요가 없다. 진짜 승리는 상대를 이기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지키기 위해 싸우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 그게 더 큰 승리일 때가 많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마음이 가라앉으면, 생각보다 쉽게 화해가 찾아오기도 한다.
오늘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맞설 것인가, 지나칠 것인가.
순간의 선택이 결국 나의 평화를 결정한다.
오늘 당신은 어떤 갈등을 흘려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