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함, 틀렸다는 말 앞에서

마음이 지나간 자리 14화

by 전태영

열 네번째 감정, 속상함

상처는 우리를 약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어디까지 견뎌왔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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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직에서 근무 당시, 결재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새로운 기획안을 만들어 상관에게 결재를 올렸다. 그런데 문서를 보자마자 그는 얼굴빛을 바꾸었다.


“이건 아니야. 틀렸어.”


그의 한마디에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냥 “이 부분은 이렇게 고쳐보면 어떨까?”라고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다를 뿐인데, 틀렸다고 단정하는 말은 내 마음을 깊게 베었다. “알겠습니다. 다시 수정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뜨려는데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기억하고 싶지않은 말들이 이어졌다. 결재 하나에 무려 40분. 점심시간은 이미 훌쩍 지나 있었다.


겨우 자리를 벗어나 구내식당에 갔을 때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미 식사를 마친 뒤였다. 늦게 들어온 나는 그와 마주 앉아 밥을 떴다. 밥이 목에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그런 나를 보더니 말했다. “왜 밥 안 먹나? 얼른 먹게.” 그 순간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퇴근길, 회식 자리가 있어 같은 차를 타게 되었다. 용기를 내 말을 꺼냈다. “오늘 낮 결재 과정에서 제 태도에 잘못이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너무 심한 말씀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속에서는 속상함이 소용돌이쳤다. 무엇을 배우라고 그런 시간을 준 것일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날의 분노는 내 마음을 단단하게 다지는 돌 하나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그날 이후 마음이 요동칠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속상함은 결국 흘러간다. 남는 것은 조금 더 단단해진 나 자신뿐이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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