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나간 자리 15화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고, 감동은 나눌수록 깊어진다
살다 보면, 불쑥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던 어느 아침,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이 출근하자마자 하얀 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제가 직접 농사지은 거예요. 별건 아니지만, 같이 나눠요.”
봉지 안에는 푸른 상추와 부지깽이 나물이 곱게 담겨 있었다. 나물 몇 줄기였을 뿐인데, 그 안에는 정성과 마음이 가득했다. 그 한마디와 작은 봉지 하나가 하루의 피로를 말없이 풀어주었다. 그 선생님은 전원주택에 살며 집 주변 텃밭에서 상추와 봄동, 마늘과 고추, 부지깽이 나물을 직접 기른다. 새벽마다 밭으로 나가 흙을 고르고, 자라는 잎을 손으로 쓸어보며 작은 기쁨을 쌓아간다. 그렇게 정성 들여 키운 채소를 동료들과 나누는 일은 그분에게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다.
학교 생활도 늘 성실하고, 후배들에게 자연스레 본이 되는 분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래서 이 밭의 채소들이 이렇게 맑게 자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흙의 힘보다 더 큰 것은, 아마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사람의 향기, ‘인향(人香)’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작은 친절이 마음에 닿을 때, 나 역시 그 따뜻함을 다시 건네고 싶어진다. 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말을 했는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대했는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 내가 먼저 미소 짓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온도는 달라진다. 감동은 강도보다 빈도에 있다. 크고 특별한 일보다, 매일 주고받는 작고 사소한 친절이 삶을 더 깊고 따뜻하게 만든다. 그날 받은 상추 몇 잎과 부지깽이 나물은 이미 다 먹었지만, 그때 전해진 마음의 여운은 아직도 내 안에서 푸르게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 향기는 오늘도 나를, 누군가에게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