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사람들 사이에 서 있을 때

마음이 지나간 자리 21화

by 전태영

스물 한 번째 감정, 외로움

혼자 있는 법을 받아들이는 순간, 외로움은 견딜 수 있는 감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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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구 치러 갈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건 부재중 알림뿐이었다. 휴대폰 화면을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상황은 같았다. 오늘은 왠지 시간이 넉넉했고, 평소처럼 당구장에 가서 몸을 풀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는데, 함께 갈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별일 아닌 것 같다가도, 문득 마음 한켠을 건드리는 순간이 있었다.


결국 혼자 당구장 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순간 특유의 공기와 소리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공이 튀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했고, 커플과 친구들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려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홀로 큐대를 들고 잠시 서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다. 혼자라는 사실이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오히려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속도를 맞출 사람도 없다는 상황이 자유이면서 동시에 쓸쓸하게 다가왔다.


그때 낯선 사람이 다가와 같이 치자고 했다. 예상하지 못한 제안에 잠시 망설였다. 혼자 있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혼자라는 사실이 더 이상 편하지 않았던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큐대를 맞대며 게임을 시작했다. 혼자 즐기고 싶던 자유와, 누군가와 함께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묘한 긴장이 흘렀다. 공이 맞닿을 때마다 서로의 시선이 잠깐씩 스쳤고, 공이 들어갈 때면 “나이스 샷!”이라는 짧은 칭찬이 오갔다. 깊은 대화는 없었지만, 그 정도의 거리감이 오히려 부담 없게 느껴졌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공을 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게임이 끝나고 나니, 생각보다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나눈 짧은 교류가 소소한 재미가 되었고, 혼자라도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외로움은 여전히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지만, 그 외로움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씁쓸함 속에서도 작은 위로가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늘의 당구장 풍경은, 혼자 있는 시간이 꼭 외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때로는 낯선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고, 외로움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준다는 걸 느꼈다.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감정을 대하는 마음은 조금 달라졌다.


그리고 나는 큐대를 다시 들었다.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공을 천천히 밀어 보았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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