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 반기지 못했던 존재에게

마음이 지나간 자리 26화

by 전태영

스물 일곱 번째 감정, 미안함

미안함이 마음에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 사랑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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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경주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일이다.


한여름, 숨이 턱 막히던 7월의 어느 아침이었다. 나는 교육청 사택 5층에서 지내고 있었다. 늘 그렇듯 출근 준비로 분주하던 그날,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현관문 방충망을 뚫고 고양이 한 마리가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나는 순간 몸이 굳었다. 어릴 적부터 동물을 그다지 가까이하지 못했고,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작은 생명체 앞에서는 유난히 마음이 먼저 겁을 먹곤 했다. 고양이를 싫어한다기보다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두려워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고양이를 보자마자 마음이 급해졌다. 소리를 내어 나가라고 해보기도 하고, 문을 열어 밖으로 유도해보기도 했지만, 고양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방 한구석에 웅크린 채, 마치 이곳이 자신의 자리라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거리를 두고 서성이다가, 조심스럽게 녀석을 밖으로 몰아냈다. 고양이는 마지못해 문밖으로 나가더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날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그 고양이가 다시 5층까지 올라온 것이다. 어제와 같은 눈빛, 같은 자세로. 이번에는 방충망을 더 단단히 닫아두었는데도, 녀석은 또다시 얇은 망을 비집고 들어왔다. 이번엔 안방 한켠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웅크려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겁도 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이웃에게 도움을 청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혼자서 조심조심 움직이며 고양이를 다시 밖으로 유도했다. 땀이 등에 흥건히 배어 있을 만큼 마음이 긴장돼 있었다.


며칠 뒤, 이웃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 고양이는 예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이 매일 밥을 챙겨주던 녀석이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녀석에게 나는, 따뜻했던 집을 빼앗아버린 낯선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만의 평화를 지키겠다고 고양이를 밀어내던 내 모습이, 문득 부끄럽고 미안해졌다.


그날 이후로 종종 생각한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할 수는 없었을까. 한 번쯤은, 겁을 내려놓고 손을 내밀 수는 없었을까. 결국 그 고양이는 내게 ‘마음의 여유’가 무엇인지 가르쳐준 존재였다. 삶에 치여 늘 서둘러 살던 나에게,

“사랑하려면 먼저 마음이 넉넉해야 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남기고 간 것이다.


야옹아, 미안하다.
지금은 어디에 있든, 평안히 잘 지내고 있기를.
혹시 다시 만난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따뜻하게, 너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