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열 여섯 번째 편지
사랑하는 딸아!
벌써 2월의 마지막 주구나.
하루를 시작하는 이 순간,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행복의 첫 단추를 꿴다.
얼마 전 강원도에서 폭설로 인해 57중 추돌 사고가 났었지. 눈길이 원인이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차간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 안전거리만 지켰어도 사고를 피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거라고 하더라고. 차간 안전거리는 내 생명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생명도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되지. 돌발적인 상황에서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데도,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하다는 이유로 그 거리를 쉽게 간과하곤 해. 이런 사고를 보면서 문득 인간관계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 않니?
차간거리가 ‘물리적 거리’라면, 인간관계는 ‘마음의 거리’다
직장생활에서 ‘일’ 때문에 지치는데, ‘사람’ 때문에까지 힘들면 안 되잖아. 차간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으면 충돌 사고가 나듯, 인간관계에서도 적당한 거리 없이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그래서 요즘 ‘호불호의 명확한 표현’, ‘자기만의 삶 중시’, ‘조직보다 강한 개인’ 같은 사회적 흐름을 보면, 사람들 역시 관계에서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지.
너무 가깝지도 말고, 멀지도 말게
어떤 사람들은 관계가 깊어질수록 자기 마음을 다 퍼주기도 해. 그런데 내가 준 만큼 상대가 베풀지 않으면 서운함이 쌓이고, 결국 상처가 되기도 하지.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경계하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해. 하지만 친밀할수록 거리 두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야. 우리는 상대에게 집착할수록 거리 유지를 소홀히 하게 되거든. 이것은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해. 특히 직장생활에서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가 가장 현명하다고 봐. 차간 거리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안전거리를 지킬 때, 우리는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딸아!
아빠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일’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힘든 순간이 많았어. 딸도 기억할 거야. 아빠가 직장에서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며 하소연했던 순간들. 그때마다 가족들이 귀 기울여 주고 따뜻한 말로 위로해 주었지. 아빠는 사람을 너무 믿고,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가 상처를 많이 받았어. 너무 깊이 엮이려다 보니, 때로는 마음의 안전거리를 지키지 못했던 거지. 우리 딸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 때문에 힘든 적이 많았을 거야. 앞으로는 어떤 관계에서도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길 바란다.
마음의 안전거리를 잘 지키며, 행복한 날들이 함께하길 바라며…
사랑을 담아,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