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의 따뜻함 08
<하루치의 따뜻함, 여덟 번째 이야기로 이어갑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아내와 함께 어김없이 카페로 향했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마땅한 종이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때 문득 시야에 들어온 건 테이블 위에 놓인 하얀 냅킨 한 장. 나는 그 위에 오늘 하루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들을 조심스럽게 써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렇게 한 장의 냅킨 위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오늘 하루도 고생한 당신을 위한 따뜻한 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시대는 흔히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부른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시대다. 기술은 어제의 상식을 뒤엎고, 세계는 시시각각 요동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은, 단순히 미래를 알 수 없는 차원을 넘어,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과거의 경험조차 더 이상 유효한 길잡이가 되지 못하는 시대다. 이러한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더 힘들고, 더 지칠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와 ‘아침’.
우리가 매일 살아내는 일상. 그 안에 얼마나 큰 축복이 있는지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새로운 하루를 맞는 일 자체가 선물이라는 사실조차 실감하지 못한 채, 우리는 그저 바쁜 하루를 보낸다.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각각의 방식으로 하루를 버틴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의 일터로 흩어져도,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의미 있는 일을 마주하며, 어떤 순간에는 마음이 무너지기도 한다. 그 모든 감정이 쌓이면, 우리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완성해 간다.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카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하루’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하루’ 이 짧은 두 글자는 ‘ㅎ + ㅏ + ㄹ + ㅜ’, 네 개의 자모가 모여 만들어진, 우리 모두의 시간을 담는 말이다. 나는 이 자모들을 하나씩 바라보며, 오늘 나의 하루를 돌아보게 되었다.
‘ㅎ’ — 하루의 시작
오늘 아침,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는가. 조용한 숨 한 번, 창문 너머 햇살 한 줌으로 자신에게 미소를 건넬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따뜻한 출발이다.
‘ㅏ’ — 앞으로 나아감
우리는 늘 앞으로만 간다. 가야 할 길, 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들. 하지만 때로는 너무 앞만 보느라 자신의 마음이 지쳐 있다는 걸 잊고 산다. 잠시 멈춰, 나를 다독여주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ㄹ’ — 오르내림
기쁨도 있었고, 속상함도 있었던 오늘. 마음이 들쑥날쑥 요동치더라도 그 모든 감정이 나의 하루를 채우는 고유한 색이 된다.
‘ㅜ’ — 아래를 향한 시선
위만 바라보며 달리다 보면 언제나 부족한 느낌에 사로잡히기 쉽다. 하지만 ‘ㅜ’처럼 아래를 향한 눈길을 가질 때, 우리는 비로소 주변을 돌아보고, 작은 감사와 사랑의 온기를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네 개의 자모가 모여 하루를 만든다. 그렇기에 오늘의 하루는 그 안에 수없이 많은 감정과 의미가 담겨 있다. 오늘 하루, 그저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나만의 의미로 가득 찬 ‘하루’였기를 바란다. 하루를 얼마나 채웠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하루 속에 나만의 마음과 온기가 담겨 있었는가이다. 비록 완벽하지 않았더라도, 그 하루를 ‘살아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잘 해낸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는 우리의 모습 속에서 문득, 예전에 들었던 노래 한 곡이 생각났다. 바로 가수 나훈아의 ‘남자의 인생’이다.
그냥저냥 사는 것이 똑같은 하루하루
출근하고 퇴근하고 그리고 캔 맥주 한잔
홍대에서 버스타고 쌍문동까지 서른아홉 정거장
운 좋으면 앉아가고 아니면 서고 지쳐서 집에 간다
그 길 위에서 묵묵히 자신을 다독이며 걸어가는 삶. 그 이름이 아버지, 남편, 그리고 나인 우리의 인생이다.
우리 모두 가정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어떠한 역할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쓰라린 실패와 외로움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 눈을 뜨고, 한 걸음씩 걸어간다. 오늘 하루, 잘 버텼다.
‘ㅎ + ㅏ + ㄹ + ㅜ’
하나하나의 조각들이 모여 완성된 오늘이다.
오늘 하루를 묵묵히 살아낸 당신.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모든 걸음에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