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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Aug 14. 2017

#12 고양이 예방접종은 반드시 필요한가

드디어 마라리 예방접종!

링웜과 포도막염을 극복한 마리와 라리에겐 예방접종이라는 산이 남아있었다. 우리와 함께 하기 전, 라리는 이미 1차 접종을 마친 상태였고 마리는 아직 주사를 맞아 본 경험이 없었다. 주사 맞기 직전에 우리 부부와 의사분은 모두 같은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주삿바늘이 아파서 찡얼대며 살려달라는 듯 애절한 눈빛을 발사하는 두 녀석의 안쓰럽지만 심쿵 하는 모습을 말이다. 더불어 주사를 맞고 나면 많은 고양이들이 자기를 싫어하게 된다는 의사분의 첨언까지 들으니 오늘이 과연 녀석들이 묘생의 쓴맛을 보게 되는 날이구나 싶었다.

자신의 앞날을 모르고 그저 놀기 바쁜 차라리

그렇게 라리 먼저 속절없이 잡혀 주사를 맞고 말았다. 황당한 건 라리가 주사를 맞는 티도 안 냈다는 것이다. 그 큰 눈을 호기심으로 가득 채우고 두리번두리번 사방을 살피며 신음 한 번 없이 주사를 맞고 풀려났다. 나나 와이프도 황당해했지만 정말 어이없어 한 건 의사분이었다. 정말로 당황한 목소리로 “원래 대부분의 고양이들의 주사를 놓으면 아파하거든요… 고양이가 사람보다 고통을 덜 느끼는데, 그래도 이 주사는 좀 많이 아파서 욕을 하면서 맞는 주사거든요…” 라며, 우리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억울한 표정으로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셨다(실제로 사람으로 치자면 불주사 느낌이라고 한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리는 진료실 안을 헤집고 돌아다니기 바빠 보였다. 


동물병원에서도 녀석들에게서 긴장감을 찾아보긴 힘들다


조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우리 부부의 눈빛을 의식했는지, 의사분은 마리를 통해 자신의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고자 했다. 마치 ‘어디, 너도 참을 수 있나 보자’라고 말하는 듯 보이는 그의 표정에선 사뭇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나도 내심 마리가 어리광도 심한 편이고 떼를 잘 쓰는 성격이라 조금은 걱정하는 마음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봤다. 그렇게 마리도 침묵 속에 주사를 맞았다.


“야, 너희들 나 거짓말쟁이 만들려고 이러는 거지?” 그의 공허한 말이 진료실을 휘돌아 귀에 박혔다. 그와 별개로 마리와 라리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미 몇 번 와본 진료실임에도 처음 와본 것처럼 여기저기 냄새 맡고 몸을 부비고 다니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어쨌든 큰 탈없이 접종을 마쳤는데, 사람처럼 고양이 접종도 결국 약간의 바이러스를 몸에 투하해 항체 생성을 촉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접종 후 하루 정도는 기운이 없고 잠을 많이 잘 수도 있다는 당부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당부가 무색하게 집에 풀어놓자마자 마리와 라리는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기운 없이 잠을 자긴커녕 각성제를 맞은 듯 거실에서 방까지 서로 장난치며 쉴 새 없이 돌아다니더니 밥을 내놓으라며 찡찡거리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우리는 또 거짓말을 듣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패턴은 3차 접종을 맞을 때까지 동일하게 반복돼서 결국 우리 부부와 의사분은 마리, 라리가 확실히 아무 생각이 없이 편하게 사는 애들이라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도 든다. 접종 후엔 매달 심장사상충 약을 맞기 위해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의사분들을 원수처럼 대하면 그 또한 골치 아픈 일일 테니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녀석들은 그저 먹고 싸고 노는 것 외엔 아무 생각이 없어보인다

글을 마무리하기 전, 고양이에게 예방접종을 꼭 해줘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내가 아는 내용들을 간단히 정리하려고 한다. 


1. 고양이 예방접종은 통상 3차까지 있다.

2. 1, 2, 3차 접종은 종합백신이다.

3. 생후 2 ~ 3개월 이후부터 가능하며 3 ~ 4주 간격으로 접종한다

4. 비용은 대략 3 ~ 4만 원 수준이다

5. 어린 고양이들은 특히 면역체계 형성이 잘 되어있지 않으므로 

종합백신을 통해 범백혈구 감소증이나 칼라시 바이러스 등 각종

질병이 예방된다.

6. 따라서 예방접종은 필수다.

7. 3차 이후엔 광견병 주사를 한 번 더 맞는다

8. 복막염 예방주사의 경우 맞는다고 하더라도 예방률이 10% 미만이며

오히려 접종 후 복막염에 걸리는 경우도 많아 추천하지 않는 의사들이 많다

9. 접종 후 고양이에 따라 기운이 없거나 식욕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10. 이는 대부분 일시적이나 부작용의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에 식사량과 대변의 상태를 

하루, 이틀 정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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