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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Aug 11. 2017

#11 모든 포도막염이 심각한 건 아니다

라리야 아프지 마

라리의 눈에 안약을 넣기 위해 우리의 일과는 마리의 링웜 이후 또 한 번 변했다. 처방받은 대로라면 하루에 총 5번 약을 넣어줘야 하는데, 당시 우리 부부는 맞벌이로 낮시간에 집을 비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각자 새벽에 일어나서 한 번 씩 더 넣어주기로 했다. 다행인 점은 와이프의 출근시간이 오전 10시까지 인데 반해 나는 출퇴근 시간이 자율(스타트업, 그리고 초기 멤버의 특권이다. 반대로 난 야근을 밥 먹듯 하긴 했다)이었다는 것. 그럼에도 11시까지는 항상 출근하므로 다음과 같이 순번을 돌아가기로 했다.


오전 6시 알람 - 나 

오전 10시 출근 전 - 나

오후 8시 퇴근 후 집 - 와이프

오후 11시 퇴근 후 집 - 나

새벽 2시 알람 - 와이프

포도막염으로 뿌옇게 보였던 라리의 눈

이건 링웜과는 또 다른 지옥이었다. 아이가 언제 고양이 별로 여행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육체적인 피로. 불과 일주일 전까지 마리를 신경 쓰느라 피곤에 찌든 우리는 견디기 무척 힘들었다. 다행인 건 라리가 식욕을 잃지 않고 배변 활동도 활발하다는 점이었다. 보통 하루에 3번 변을 봤으니 사실 똥쟁이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나는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우려와는 달리 라리의 포도막염이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희망. 마음 한편엔 여전히 불안함이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 희망에 무게를 싣기로 했다.


한편 나와 반대로 와이프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는데, 여린 성격 탓이었다. 희망을 나눠주고 싶었던 난 와이프 앞에서 애써 더 태연한 척 노력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행동했고 그에 부응하듯 라리 역시 눈이 점차 흐렸던 눈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정확히 기억은 나질 않지만 경과를 보기 위해 일주일 후쯤 다시 찾은 병원에서 의사분의 말에 희망은 현실이 되어갔다. 라리의 눈이 많이 호전됐다는 말. 그 순간은 의사 선생님께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고양이들은 성묘가 되는 1년 전까지 면역력이 약해 많은 질병을 앓는다고 한다. 특히 아기 때는 눈병과 피부병, 호흡기 질환이 흔한 편이고 이중 대다수는 단순 질환이라 신경만 잘 써주면 낫는다는 것이다. 라리의 포도막염도 합병증이 아닐까 의심했으나 식욕에 이상이 없고 대소변을 평소처럼 본다면 크게 이상 없을 거라고 우리를 안심시켰다. 더불어 우리 부부에게 인터넷을 하지 말 것을 권했다(농반 진반으로). 인터넷에 워낙 무섭고 안 좋은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글들에 휘둘린다면 고양이 치료에 집중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 우리 부부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얘들이 접종받기 싫어서 돌아가면서 아픈가 봐요”. 

다행인 건 한 번에 아프지 않고 돌아가면서 아팠다는 것


일주일의 시간이 더 흐른 후에야 라리의 눈도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번 에피소드를 적으며 포도막염이 무조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막연한 공포를 덜어내고 싶었다. 어린 고양이뿐만 아니라 큰 고양이라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합병증 형태로 포도막염이 올 수 있는데, 복막염이나 범백 같은 큰 병뿐만 아니라 고양이 감기인 허피스 같은 비교적 치료가 쉬운 질병과 함께 찾아오기도 한다. 라리의 경우처럼 정말 단순한 포도막염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중요한 건 의사분의 말처럼 너무 안 좋은 상황을 미리 상정하지 않는 것이다. 겁먹고 포기하지 말자.

지금은 맑은 눈을 되찾았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너무 겁부터 먹지 말자.

고양이를 키우려는 당신이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

마리와 처음 만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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