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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Aug 10. 2017

#10 포도막염은 복막염의 전조?

라리야 아프지 마

마리의 링웜으로 한 달 넘게 미뤄왔던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기 며칠 전. 라리가 이상했다. 눈을 제대로 못 뜨고 어딘가 아파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한 것 같아 밝은 곳에서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평소에 맑게 빛나던 라리의 눈이 뿌옇고 생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눈병으로 치부하기엔 아파하는 게 분명했기에 뭔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 하필 발견한 시간이 또 새벽이라 인터넷 검색 후 사람 넣는 인공누액을 고양이에게 투여해도 된다는 정보를 보고 몇 방울을 양 쪽 눈에 흘려보냈다. 마리의 피부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답답했다. 빨리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다


다음날. 나는 출근을 해야 했기에 와이프에게 라리의 병원 방문을 맡기고 일을 보던 중이었다. 그날따라 평일임에도 병원에 사람이 많아 오후가 돼서야 연락이 왔는데, 휴대폰 너머로 와이프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어 몇 번이나 되묻고서야 “라리가 많이 아프대”라는 절망적인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 마음이 편하진 않으나 우리와 같은 증세를 겪는 혹은 겪을 다른 집사분들을 위해 적고 싶다.


그날 퇴근 후 어찌 된 건지 들을 수 있었다. 정확한 병명은 포도막염. 눈의 포도막이라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문제는 포도막염이 아니다. 포도막염은 보통 단일로 발병하지 않고 높은 확률로 무언가의 합병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무서운 병이다. 그 무언가란 복막염, 범백 등의 불치병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복막염과 범백은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하다. 난치병도 아니고 무려 불치병인 이유가 있다. 죽음을 유예할 수는 있어도 피할 수는 없다(아직까지는). 특히 복막염은 건식과 습식으로 나뉘는데, 습식은 배에 복수가 차서 걸리면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사망에 이른다.

복막염에 걸린 고양이(출처 - 구글 검색)

의사분은 아직 어린 아이라 면역력 저하로 인한 단순 포도막염일 가능성도 있다며 상황을 조금 지켜보자고 했지만 우리 마음속에 절망이 차오르는 걸 막을 순 없었다. 포도막염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나와 와이프는 끊임없이 어두운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굉장히 슬펐다. 사실 슬프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병원에서 받은 안약을 4시간에 한 번씩 하루 5번 이상 빼먹지 말고 넣어줘야 하고, 아이가 밥을 먹는 양이나 대소변 양, 활동 양이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드는 지를 살펴야 했다. 큰 병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에 걸린 고양이들은 식욕이 가장 먼저 줄어든다고 하니(아깽이에서 성묘가 되면서 줄어드는 식욕은 별개다) 우리 부부의 촉각이 라리의 식욕에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며칠 후...



고양이를 키우려는 당신이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

마리와 처음 만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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