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고양이의 피부병 링웜(2)
마리야 아프지 마
마리의 링웜을 치료하기 시작한 지 3주가 흘러 각질도 많이 없어지고 털 빠짐도 점차 사라졌다. 그러나 항상 모든 사고는 방심에서 오듯, 우리는 너무 일찍 승리를 자축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눈썹 쪽으로 링웜이 두 군데나 더 퍼져있었는데 다만 크기가 너무 작아 쉽게 발견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와이프와 서로를 동시에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사실 몸은 별로 힘들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잘때는 감시하에 종종 넥카라를 풀어주기도 했다.링웜은 소독약을 지속적으로 발라줘야 하고 신체의 다른 부위로 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넥카라를 필수로 해줘야 했는데, 모든 고양이가 그렇듯 마리 역시 플라스틱 넥카라에 질색을 했다. 더군다나 체구가 작아 기껏 씌워놔도 어느 순간 혼자서 빼내고 그루밍을 하는 바람에 머리를 싸매던 중 아내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부직포로 넥카라를 직접 만들어주는 것. 방법도 어렵지 않았다. 다이소에서 5개 묶음으로 파는 부직포를 넥카라 크기에 맞춰 동그랗게 잘라 마리의 목둘레에 맞게 단추를 바느질 혹은 글루건으로 달아줬다. 플라스틱 넥카라에 비해 훨씬 편안해했고 심지어 자기 몸 인양 그루밍 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뿌듯해하는 표정이라니.
부직포로 넥카라를 만들어 단추를 달아줬다.단점이 있다면, 잦은 그루밍에 너무 빨리 헤진다는 것, 그리고 넥카라가 앞뒤로 뒤집혀 불편해한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우린 거의 15개 가까이 미리 넥카라를 만들어놨던 것 같다. 플라스틱 넥카라든 부직포 넥카라든 끊임없이 작은 마리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다시 병원에 방문할 때쯤 돼서는 우리도, 마리도 상당히 지쳐있었다.
링웜은 장기전이다. 계속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점 때문에 고양이도, 집사도 지친다.그렇게 한 달여가 지났다. 우리가 보기엔 처음 발견한 링웜은 거의 사라졌고, 눈썹 쪽 링웜도 보이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다. 마치 숙제 검사를 받는 심정으로 병원에 다시 찾아갔고 드디어 링웜이 완전히 치료됐다는 의사분의 말을 들었다. 그 순간은 내가 수능에서 언어영역을 만점 받았을 때보다 더 기뻤다(사실 언어를 만점 받고 수학을 6등급을 맞았기에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었다. 난 이과였다.) 마리는 비록 소독약에 털이 누렇게 되는 치욕을 당했지만 열심히 냥빨을 당하다 보면 지워질 일이었다. 어쨌든 정말 홀가분한 마음으로 미뤄왔던 예방접종 예약을 잡고 병원 문을 나서는 우리 부부의 심정을 표현하자면 아래의 사진만큼 적절한 건 없을 것 같다.
링웜 완치 판정 당시 우리의 심정(출처 - 게비스콘)혹시나 지금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에게서 링웜을 발견했거나, 링웜과 싸우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링웜에 대해 정리하고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1. 링웜은 고양이 무좀으로, 1년 미만의 면역력 약한 어린 고양이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2. 링웜은 사실상 예방하기 어렵고 쉽게 발견하기도 힘들다(일종의 블랙스완)
3. 따라서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기가 링웜에 걸렸다고 집사로서 자책할 필요는 전혀 없다
4. 링웜은 전염성이 강하고 적은 확률로 사람에게 옮을 수도 있다.
5. 그러나 말 그대로 적은 확률이기 때문에 몸이 근질거려도 단지 심리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6. 링웜은 습도와 온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여름에 더 잘 발병한다)
7. 집안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고양이가 축축한 것을 멀리하도록 유도하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
8. 그루밍을 통해 신체의 여러 부위나 다른 고양이로 퍼질 확률이 매우 크므로 항상 넥카라를 씌워줘야 한다
9. 끈질기고 재발률도 높지만 대부분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면 치료가 가능하다
10. 소독약이 다 떨어졌을 경우 동네 약국에서 알파헥시딘 5%와 증류수를 섞으면 병원에서 주는 소독약과 동일하다(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의사 선생님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예후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