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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Feb 18. 2019

[퍼포몸쓰 일상] #1 메모리폼 매트리스가 대세인 이유

난 매트리스의 매자도 몰랐구나…

나에게 침대란 그저 우리 가족이 눕기만 하면 되는 공간이었다


난 살면서 침대에 대해 크게 신경 써 본적이 없었다. 어릴땐 부모님이 사준 침대에 누워 잤고, 독립 이후 대부분의 시간은 바닥 생활을 했다. 그래서 결혼을 준비하며 와이프와 침대를 보러 다닐때도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마구잡이로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지금에 와서야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이었는지 알게 됐지만 당시엔 나나 와이프나 좋은 침대라는 건 그저 유명한 해외 브랜드 제품이었다(심지어 템퍼와 씰리가 같은 소재인줄 알았던 우리는 둘 중 고민하다가 씰리 매트리스를 샀다). 


침대는 모두 스프링으로 만들고, 단지 브랜드마다 푹신한 정도만 다른줄 알았던 내게 슬라운드 매트리스는 문화충격이었다. 영국이 중국의 홍차를 처음 접하고 느꼈을 놀라움이 아마 나의 그것과 비슷했으리라. 마케터로 회사에 합류했지만 정작 내가 팔아야 할 제품과 시장에 대해선 거의 백지 상태였기 때문에 공부가 시급했다. 제품을 개발한 두 개발자분들이 열심히 설명을 해줬으나 MDI와 TDI, 메모리폼의 밀도와 경도 앞에서 나는 통곡의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찾아온 고객이 메모리폼과 라텍스의 차이를 물어보면 어버버하고 설명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무지했으니까. 


그래서 매트리스를 처음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몬*가 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내세웠는지, 유럽산 라텍스는 왜 사면 호갱인지, 라돈은 어디서부터 나오는지, 템*는 어째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안맞는지, 어떤 메모리폼 매트리스가 좋은 건지, 잘때 베개의 높이는 몇 cm를 유지해야 하는지. 여기까지 공부하니 대화가 되더라. 개발자들과 다음 제품 개발 방향을 놓고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됐고, 쇼룸에 방문하는 손님과 그들의 수면 습관을 가지고 30분 이상 대화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니까 난 이제야 매트리스의 매자 정도를 알게 된 것이다. 아마 과거의 나처럼 잠자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혹시나 비슷한 백지 상태인 누군가를 위해 내가 공부한 내용을 하나씩 풀고자 한다. 다만 나는 현재 메모리폼 매트리스 회사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객관적인 시선이 아닐 수 있음을 미리 말한다. 




혹시 지금 주위에 매트리스를 새로 구매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물어보자. 어떤 종류의 매트리스를 살 것인지.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다면 그냥 누워보고 편한 걸 산다는 이도 있겠지만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들은 아마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이야기할 것이다. 스프링 매트리스가 우리의 안방을 차지한 건 150년이 조금 지났는데, 유럽과 북미를 필두로 기존의 스프링 매트리스 시장이 기울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폼과 라텍스처럼 스프링이 적용되지 않은 논이너스프링(Non-innerspring) 매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매트리스의 60%에 달한다. 북미도 30%까지 비중이 높아져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5월, 파이낸셜 뉴스에 난 기사를 발췌한 내용이다. 여기서 논이너 스프링이란 라텍스, 메모리폼처럼 스프링이 없는 매트리스를 말한다.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서구권에선 이미 스프링 매트리스의 견고한 성이 무너지고 있는 추세다. 왜 그럴까?


정답은 간단하다. 더 편해서.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듯이 편한 걸 찾는 건 저 멀리 서양이나 우리나 매한가지다. 라텍스나 메모리폼이 스프링 매트리스보다 편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유럽에서 점유율이 뒤집힐 이유도 없다. 논이너 스프링이 스프링 보다 편한 이유를 추측하는 건 부장님이 먼저 퇴근 하라고 할때 야근과 퇴근 중 정답을 고르는 것보다 훨씬 쉽다. 바로 속이 꽉 차 있기 때문이지. 스프링 매트리스를 아무리 포켓 스프링으로 만들고 일곱번 꼬아 만들어도 가운데 빈 공간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라텍스나 메모리폼은 얼마든지 속을 꽉꽉 채워 넣을 수 있다. 그래서 누웠을때 더 촘촘하게 몸을 받쳐주기 때문에 몸의 압력 분산이 잘 된다. 당연히 편할 수 밖에.


그럼 국내를 좀 볼까? 재밌게도 국내는 불과 몇년 전까지 스프링 매트리스가 판매의 90%를 차지했다. 소비자들이 잘 몰라서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중에 스프링 매트리스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내가 다른 걸 사고 싶어도 파는 이들이 죄다 스프링 매트리스를 파는데 다른 걸 선택할 수 있겠는가. 해외 직구나 고가의 수입 제품을 살 수도 있겠지만 10년의 잠자리를 걸고 잘 알지도 못하는 제품에 돈과 몸을 투자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제대로 만드는 공장은 많지 않다. 국내 매트리스 공장이라는 게 결국 대기업 OEM으로 먹고 사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기업에서 원하는 대로 스프링 제조 설비만 잔뜩 갖춰 놨기 때문이다.메모리폼 매트리스를 발포할만한 장비도, 공간도 적으니 소비자와의 접점도 많지 않았던 것이다. 

템* 매장도 직접 가서 누워봤었다

이런 점을 비춰봤을때 슬라운드를 비롯해 비슷한 시기에 생겨난 몇몇 메모리폼 매트리스 회사들은 국내에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보급화하는 첨병이나 다름없다. 물론 템*라는 수입산 공룡이 있지만 가격을 마주하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이 돈이면 울 엄마 크루즈 여행을 보내드릴텐데, 울 아버지 임플란트를 다시 해드릴텐데… 나같은 천상 불효자도 고개를 숙이고 반성하게 되는 가격인 것이다. 


내가 만약 이런 걸 다 아는 상태에서 과거 신혼 매트리스를 구매할 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반복하진 않을 것이다. 우선 스프링 매트리스를 후보군에서 과감히 삭제하고 메모리폼 매트리스 중에서 구매 하겠다. 라텍스는 왜 빼냐고? 아마 당신이 내가 라텍스에 대해 알고 있는 걸 듣는다면 라텍스는 쳐다도 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라텍스 말고 메모리폼을 사야하는 이유를 다음 화에 알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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