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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온 Nov 23. 2022

인생과 화해하는 방법

#2

"저기요. 혹시 장갑 잃어버리지 않으셨나요?"


코끝에 두꺼운 안경을 걸치고 자신의 몸보다 큰 롱 패딩 속에 갇힌 듯한 여자가 불쑥 익숙한 장갑 한 짝을 들이민다. 독서실을 나서며 동전을 꺼내다 흘렸는지 현의 점퍼 주머니에는 왼쪽 장갑만 덩그러니 들어있다.

"어! 제거 맞는 것 같아요. 이걸 언제 흘렸지?"

마치 성대를 쓰는 것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오랜만에 하는 말이라 그런지 목이 잠겨 묵직하고 갈라진 목소리가 현에게서 튀어나와 여자도 웃고 현도 어색하게 웃었다. 현은 짝 잃은 장갑 한 짝을 꺼내 상대에게 보이며 증명하듯 짝을 맞춘다. 지켜보던 여자는

"고맙죠? 고마우면 제가 밥 살게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밥을 사도 잃어버린 장갑을 찾은 사람이 사는 거지 장갑을 찾아준 사람이 밥을 사겠다니 뭘 잘 못 들은 것은 아닌가 다시 되물었다.

"네?"

"식사 안 하셨죠? 지금 하러 가실 거 아니에요? 우리 국밥 먹으러 가요. 이렇게 쌀쌀한 날씨에는 뜨끈한 걸 먹어줘야 든든하게 공부도 잘할 수 있죠."

라며 대뜸 현의 팔짱을 끼고 잡아당긴다.


"아... 죄송한데 저는 그냥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고 빨리 올라가야 해요. 그리고 장갑도 찾아주셨는데 밥을 사도 제가 사야지... 왜 그쪽이 산다고 하죠?"


"그렇죠? 제가 좀 오버했네요. 그럼 언니가 사주세요. 저보다 언니 맞죠?"

현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깟 장갑 잃어버린 셈 치면 되는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낯선 이에게 밥까지 사야 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고 그것이 자의가 아니라 타인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 더 불편한 느낌이었다.



#3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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