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시점에 따라

-쌓여가는 대화 속에서

by FA작가

얼마 전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했다.

일찍 오지 말고 시간 맞춰 오라는 아들이 말을 뒷등으로 듣고 아침 일찍 서둘러 자리를 자리를 잡았다.

나보다 일찍 자리를 잡고 앉은 부모님들이 생각보다 많아 뒷자리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졸업시즌이라 졸업식 전전날에 꽃을 예약하러 갔지만

"일주일 전에는 오셔야 해요! 지금 예악은 어렵습니다..."

'아~~~ 그럼 어디서 사지?'

다행히 조금만 이동하면 화분과 꽃을 파는 비닐하우스가 있어 미리 살 수 있었다. 다들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분들이라 구하기 어렵다는 생화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온 모습들이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가려는데

"엄마 나가서 기다리고 있어!"라는 것이다. 같이 사진도 못 찍었는데......

고생이 많으신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도 전하고 인사고 해야 하는데 가라니... 서운하다!

그런 아들의 말을 다시 귓등으로 듣고 선생님과 함께 있는 모습에 핸드폰을 들었다. 찰~칵.

그 뒤로 3년 동안 함께한 농구부 부원들과 포즈를 취하는, 배구부 선수들과 포즈를 취하는, 축구부 친구들과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차례로 찍었다.

'이럴 거면 따라다니면서 사진 찍어달라고 하지...'

문득 아들과 나는 언제부터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중학교 1학년 2학기에 본격적인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대화의 단절이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이야기는 모두 잔소리가 되어버리는...

나도 듣기 싫은 잔소리!

어디서부터 우리의 대화는 잘못되었던 것일까?

엄마가 정말 좋아요.png


'엄마가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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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바쁘신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과의 시간은 적었고 그마저도 아침에 쫒기 듯한 일상들이었다.

그런 나도 직장을 다니면서 아침시간은 늘 촉박하고 다그치기 일 수였던 것 같다.

시간이 나서 이야기를 하려 해도 일상적인 이야기 보다

미래에 준비해둬야 할 쓸데없는 걱정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해를 줄이기 위해 감정과 생각을 분리하는 연습을 하면서 내 아이라 더 감정적으로 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정적으로 대하다 보니 나의 결핍도 아이에게 당연하게 투사되었던 것 같다.... 미안해!

화면 캡처 2026-01-11 091137.png



그래서 다시 원점!


나를 다시 보기로 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거리두기 (self-distancing)라고 부른다. 미시간 대학교의 이고르 그로스만과 동료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1인칭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성찰할 때, 감정적 반응이 줄고 더 지혜로운 판단을 내린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나는 왜 이럴까” 대신 “그는 왜 이렇게 느낄까”라고 생각했을 때, 충동적 해석보다 상황 맥락과 타인의 관점을 더 잘 고려했다. 이는 감정 조절 능력 향상과도 연결되었다.

또한 미시간 대학교 심리학·신경과학 교수 이선 크로스의 연구에서는 분노나 불안을 유발하는 기억을 떠올릴 때 3인칭 시점을 사용하면, 감정 강도가 더 빨리 낮아지고 같은 생각을 곱씹는 것도 줄어들고 상활을 더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였다. 쉽게 말해, 감정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는 대신, 언덕 위에서 전체 풍경을 보는 셈이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내가 잘 알고 있어야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f.a94 작가의 여행소감: 결핍을 드러내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결핍을 인지하고 성장해 나아가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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