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핫배지 #26

소망이여

by 임경주

휘나의 공간, 베란다.

“분위기 잡지 마라. 하나도 안 멋있다.”

사연을 전혀 모르는 아빠의 야유에도 굴하지 않고 핫배지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서성거린다. 어느새 9시가 넘었다. 핸드폰을 들고 몇 번을 망설이다, 결국 민희에게 문자를 보낸다. 인성이놈이 옆에 있든 말든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나휘난데복순이핸펀번호좀찍어줘부탁할게>

곧 바로 답장이 왔다.

<0106751****>

휘나는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고마워>

인사를 끝으로, 민희와는 이제 완전히 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휘나는 핸드폰이 다시 울리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휘나오빠지금소공원에서봤으면하는데요할얘기도있고해서요>

무슨 할 얘기? 휘나는 민희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할 말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무슨할말>

<만나서얘기해요>

왜 만나려하는 거지? 잠시 고민하다보니 인성의 얼굴이 확 떠오른다.

<됐다만날일없다할말있으면지금해>

오래도록 핸드폰이 울리지 않는다. 휘나는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쑥 쑤셔 넣어버렸다. 그래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 무슨 할 말? 결국 휘나는 민희에게 다시 문자를 날렸다.

<알았어지금소공원에서보자>

곧 바로 답장이 왔다.

<네>


소공원 가로등 아래, 서성거리는 그림자.

밤 그림자가 긴 의자를 검게 물들인다. 휘나의 그림자다.

10시가 다 되어가자 그냥 집에 가버리고 싶어졌다. 복순이 전화번호를 알았으면 됐지, 괜한 짓을 해버렸다고.

돌아서려는 순간, 교복차림의 민희가 나타났다. 수줍게 손을 들어 아는 체 하고 있다. 휘나도 어색하게 손을 들어 아는 체 한다.

민희의 눈을 똑바로 보아도 아무렇지도 않다. 왜 옛날에는 똑바로 보지 못했을 까. 그저, 과거의 자신이 못났을 뿐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 땐 정말 바보 같아서 저렇게 예쁘고 깜찍한 아이를 놓치고 말았다고. 지금 이렇게 변한 모습과 바뀐 성격으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만난다면 우린 이어질 수 있을까? 하고 휘나는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김휘나!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 그렇게 호되게 당하고도 말이야.

“잘 지내셨어요?”

민희가 깍듯하게 말을 높이며 한발 다가왔다.

“말 편하게 해.”

휘나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민희는 벤치에 앉으며 휘나의 얼굴을 올려다보더니, 이리저리 살피며 말한다.

“살이 너무 빠져 다른 사람 같아요.”

“그래?”

어색하고 퉁명스러운 대꾸. 휘나의 표정이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무언으로 말하고 있다. 그래서 묻는다. 짝 다리를 집고서 다리를 달달 떨며.

“할 말이란 게 뭐야?”

정말 궁금하다. 무슨 짓을 하려고 또 수작부리는 것일까? 그러나 민희의 말을 듣고서 휘나는 깜짝 놀랐다.

“사과하려고요.”

민희는 고개를 숙이더니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과할게 뭐 있어. 내가 눈치 없었는걸. 괜찮아. 다 지난 일이잖아.”

휘나는 애써 밝게 웃으며 말한다.

“그 말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네.”

휘나는 가슴이 뻐근하게 저려와, 가슴을 쭉 앞으로 내밀어 심호흡한다. 묵은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있었다.

“저기, 또 있어요.”

민희가 여전히 조심스럽게 말한다. 또, 뭐? 사과했으면 됐어. 이제 그만해라, 슬슬 걱정된다. 여기까지 딱 좋으니까, 그만 가고 싶어졌다. 그러나 민희는 할 말이 무척 많은 표정이다.

“복순이랑 핫배지 울렸잖아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임경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글쟁이

17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0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5화Ai 핫배지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