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을 다오
“안 돼! 제발 그러지마!”
박주용은 머리를 쥐어짜며 고통스러워한다. 대머리는 홍채가 세워진 뱀눈을 반짝이며 혀를 날름거리다가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는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인다.
“순진한 척 하지 마! 역겹거든? 오! 이 세계! 우리 인간의 마음과 정신! 오, 그 누가 있어, 이 어린아이의 참된 이름을 부를 수 있단 말인가! 등불을 다오, 수백 번 고쳐 들고 찾아 나서겠네! 생일은 기쁜 날, 오늘을 기념해, 이제는 광기가 우리의 모든 약점이라는 유쾌한 무리를 이끌 지로다! 자기에 대한 애착이야말로 광기의 첫 번째 징후로다! 모체여! 모체여! 흔들리지 마라! 오류를 진리로 알지 마라, 거짓을 현실로 인정하지 마라! 폭력과 추함을 죄악이라는 정의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는 증거로다!”
박주용은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뱀의 눈과 혀를 가진 대머리사내는 박주용의 뺨을 핥는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속삭인다.
“그녀에게 너의 진실을 알려줄게……. 안 그래도 반한 것 같은데 말이야, 진실을 알게 되면 너에게서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될 거야. 자, 우리 이제 솔직해지자. 그럴 시간이잖아……. 난 네가 그녀에게서 뭘 원하는지 다 알아. 저 아이……. 우리 막내……. 이제 휴식이 필요하잖아……. 날 누르고 싶지? 날 누르고 싶잖아.”
대머리가 가리키는 어둠 속, 유리벽 안에 한 소녀가 의자에 묶여 있었다.
***
단비는 항상 구름 위를 산책하기를 원했다.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구름 위에는 눈처럼 하얀 그랜드피아노가 있다. 그곳에서 박주용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이다.
단비는 반가운 마음에 구름 위를 뛰었다. 하얀 와이셔츠 차림에 매끈한 다리를 뽐내는 단비는 구름 위를 사뿐히 걸어 피아노 옆으로 간다. 다리 하나는 매끈하게 쫙 빠진 것이 슈퍼모델 감이다. 단비는 가슴이 설레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연주가 끝나길 기다린다. 단비는 눈을 감았다. 구름 위에서 듣는 피아노 연주는 정말 황홀했다.
연주가 끝났다. 눈을 뜬 순간, 박주용은 없고 소녀가 앉아있다. 작고 어린 소녀였다. 눈망울이 커다랗고 예뻤다. 피부도 하얗다. 안타깝게도 대머리에 알몸이었다. 단비는 소녀에게 물었다.
꼬마야 넌, 누구니?
소녀는 활짝 웃는다. 대답하지 않는다.
별들의 연주를 보았어, 네가 그런 거니?
단비는 다시 묻는다.
네, 내가 아니지만 내가 한 거죠.
소녀는 그 뜻을 알 수 없는 대답한 뒤, 또 다시 비창을 연주한다. 단비는 소녀 오른쪽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함께 건반을 두드리며 화음을 이룬다. 소녀는 단비를 향해 활짝 웃어 보인다. 하지만 눈은 슬펐다. 곧 눈물이 맺혀 떨어진다.
왜 우니?
슬퍼서, 미치도록 슬퍼서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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