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귀의 노래
7/식인귀(食人鬼)
너희 인간이란 것들의 마음과 정신
그 누가 있어 이 어린아이의 참된 이름을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선이든 악이든
인간의 마음과 정신을 차지하기 위해 싸울 뿐
등불을 다오
내게 등불을 다오
환한 정오에도 수백 번 고쳐 들고 찾아 나서겠네
시청 기인전담반 중앙지구 제3팀,
단비는 오토바이를 급히 세우고 뛰어 들어간다. 건물 주변은 시계탑에서부터 통제선이 쳐졌고, 응급차와 사람들 그리고 요원들로 붐빈다.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 단비는 놀라움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팀장이 단비를 맞이한다. 팀장의 두 눈은 무언가를 담고 있는 듯, 팽창해 있고 두려움에 떨리기까지 하고 있다.
“무슨 일이에요?”
“비상사태야, 식인귀가 나타났어…….”
팀원들에게 있어서, 법도 필요 없는 천하의 제3팀장, 강석태가 두려움에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다. 가식이 아니었다. 실제로 떨고 있었다. 나이를 먹고 보니, 삶의 집착으로 인해 두려움 또한 커진 것이다.
“네? 식인귀요?”
“그래, 대형사고 터트렸던 그 기인사냥꾼들이 방금 막 식인귀에게 잡혀 먹혔어. 준호랑 진성이, 영수가 먼저 당했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단비는 깜짝 놀랐다. 2년 동안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이 식인귀에게 당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잡혀 먹혔다는 것인지, 그냥 살해당했다는 것인지, 양쪽 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
인천국제공항, 오후 4시 30분.
일본전통 의상 하카마를 잘 차려입은 남자는 케이트를 빠져나간다. 선한 눈매에 귀족적인 외모, 박주용이었다.
***
단비는 녹화장면을 보고 또 보았다. 이 세계에 잔혹함으로 남아있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기인들을 짐승만도 못하게 보며 무서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식인귀 때문이었다. 물론 기인들이 이상유전자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정상인들의 팔다리를 얻고자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그것은 분노의 감정을 일으킬 뿐이었지, 근본적인 두려움은 아니었다. 기인들의 폭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인을 향한 근본적인 두려움은 바로, 식인귀였다. 그것도 기인전담반 지구에 들어와 동료들과 기인사냥꾼까지 살해하고 여유롭게 팔과 다리를 씹어 삼켰다.
“식인귀야, 식인귀……. 식인귀가 여기까지 나타나다니……. 식인귀로부터 안전한 곳은 이 지구 어디에도 없어…….”
장비를 닮은 팀장이 떨고 있다.
신체변형이 상황대처에 자유롭고, 치유력과 세포재생능력이 불사에 가까우며, 미친 듯이 먹어대고, 눈에 보이는 살아있는 모든 것은 무조건 잡아먹는 생명체 아닌 생명체들…….
사람들은 이들을 식인귀라 말한다. 식인귀는 파동 이후, 이 세계의 재앙이었다.
지금 눈앞에 그 식인귀가 2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을 살해하고 팔다리를 씹어 삼키는 장면이 있다. 단비의 눈에 핏발이 섰다. 두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이 세계의 재앙을 눈앞에 두고, -어젯밤 꿈에서 보았던 식인귀와 연결되어- 온몸의 근육들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화면 속의 식인귀는 여유 있게 실내를 돌아다닌다. 그 모습이 뼈만 앙상한 여자와 똑같다. 마치, 거식증에 걸린 여자가 벌거벗은 것 같다. 피로 범벅되어 끈적끈적한 긴 머리 때문일 것이다.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생식기는 없다. 입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순간, 화면에서 식인귀가 사라졌다.
단비는 다른 화면에서 식인귀를 찾았다. 행방이 묘연한 그 시간 때와 구치되어 있는 기인사냥꾼들 중 한 명이 갑자기 옆의 동료를 머리부터 물어뜯기 시작한 때와 녹화 시간이 일치함을 발견했다. 식인귀로 돌변한 기인사냥꾼은 옆의 동료를 쭈그려 앉은 채로 뼈까지 씹어 삼켜버린다. 상단 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CCTV를 향해 멍하게 서 있더니, 고개가 로봇처럼 돌아가 자신의 팔부터 시작해 어깨와 옆구리를 기형학적인 자세로 물어뜯어 먹는다.
단비는 다른 화면을 보았다. 4팀 요원들 다섯 명이 출동해 창살 밖에서 크로스보우를 발사해 명중시킨다. 자기 팔과 어깨 그리고 가슴을 뜯어먹던 기인사냥꾼은 크로스보우에 맞아 발작을 일으킨다.
수십 발의 화살은 서로 교차되어 거미줄처럼 몸에 꽂혔다. 50000 볼트의 전기충격장치를 작동시키자 몸을 바르르 떨다가 공중에 떠올라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시커멓게 타버린 시체에서 검은 물체가 이탈해 나오더니 창살을 통해 빠져나온다. 어깨가 잘려나간 기인사냥꾼은 불에 타버린 고깃덩어리처럼 털썩 쓰러진다. 식인귀는 창살 밖에서 다시 하나의 형태로 뭉쳐진 후, 벽을 타고 도망가 버린다. 제4팀 요원들이 추적하지만 구석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단비는 다른 화면을 되돌려본다.
동료를 잡아먹은 기인사냥꾼이 멍한 표정으로 CCTV를 바라보는 장면을 계속 돌려보았다. 그러다 퀭한 두 눈을 바라본다.
“이러니, 무슨 놈의 기인보호법이야! 기와 혈의 시대 국제회의는 다 뭐고! 그딴 거 추진하는 놈들은 대가리에 뭐가 들었는지 까보고 싶네!”
단비는 동료의 말을 건성으로 들으며 화면에 집중한다. 퀭한 두 눈은 단비에게, 소리 없이 말하고 있었다. 꿈속에서 들었던, 그 소리 없는 목소리는 또다시 들려온다.
너희, 인간이란 것들의 마음과 정신…
그 누가 있어, 이 어린아이의 참된 이름을 부를 수 있단 말인가
등불을 다오
내게 등불을 다오
환한 정오에도 수백 번 고쳐 들고 찾아 나서리
“오 마이 갓!”
단비는 그대로 뛰어나갔다.
“뭘 본 거야? 저 녀석 왜 저래?”
모두들 영문을 모른다. 그저 단비의 뒷모습을 보며, 뭔가 큰 것을 기대할 뿐이다. 팀장은 즉시 소리친다.
“모두 뭐 하고 앉아 있어? 저 녀석 따라 나가! 적극 지원하란 말이야!”
***
4월 11일, 오후, 7시 30분.
일본 이와테 현 남부 모리오카.
적막한 밤하늘에 바람이 구름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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