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奇)와 혈(血)의 시대 #18

사념체(思念體)

by 임경주

8/사념체(思念體)

기인전담반 중앙지구 지하식당.

단비는 식사 도중 국제회의 요원들을 계속 보았다. 무슨 이유인지 허약한 한 사내를 두고 세 명씩 교대로 밥을 먹었다. 단비는 미역국에 밥을 말아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두 눈은 계속 국제회의 요원 두 명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중이다. 옆에서 동료들이 소곤거린다. 단비 사고 치게 생겼다고.

후루룩, 국그릇을 들고 마시면서도 계속 노려본다. 그러나 국제회의 요원 두 명은 전혀 관심 없다.

단비는 놈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계속 노려보았다. 국제회의 요원은 교양과 절교가 몸에 배인 행동으로 식판을 정리하고 일어섰다. 한데, 뒤돌아선 순간 짓궂은 4팀 동료가 숟가락으로 밥알을 퉁겨버렸다. 밥알 세 개는 정확하게 국제회의 요원의 뒤통수에 달라붙어 버렸다.

작지만 강해 보이는 손을 들어 뒤통수를 만진다. 거기서 밥알 세 개가 손에 묻어 나오자 단비를 노려본다. 단비는 눈을 깜박거렸다.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째려보기는 했지만 밥알은 내가 아니라고. 그러나 국제요원은 몸을 낮추어 단비와 눈높이를 맞추며 말한다. 얼굴에 노기 대신 웃음기가 가득한 것이, 장난치는 것 같다.

“아맛쵸, 시니따이노??(あまっちょ, 死にたいの계집년, 죽을래?)”

“이 아저씨 뭐라는 거야?”

단비는 김형석을 향해 활짝 웃으며 묻는다. 형석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장난치지 말라는 거야.”

“장난은 누가 장난을 쳐? 나 장난 안 쳤어. 말해 줘. 내가 아니라고.”

단비가 계속 빤질빤질하게 웃으니, 더욱 기분 나빠지는 국제요원들이다. 웃음을 싹 거두고 단비를 노려본다.

“뭐야, 이 아저씨? 한 판 하자는 거야?”

동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1팀, 2팀, 3팀은 물론 4팀에서 중앙본부팀까지 단비의 실력을 잘 알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DB, 실력 좀 보여줘.”

“피똥 싸게 만들어버려.”

“절반 죽여 놔!”

모두 한 마디씩 한다. 단비는 손을 저으며 어색하게 웃는다.

“이런 식으로는 싫은데. 정식으로, 정식으로 한 판 하지? 형석 선배 전해 줘요.”

사실, 단비가 원하던 바였다. 김형석은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어서요.”

사람 좋아 보이는 형석은 뒤통수를 긁으며 통역한다. 국제요원들은 동시에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식판을 들고 뒤돌아선다. 우, 동료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국제요원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식기를 반납할 뿐이었다.

바로 그 때, 아까 그 밥알을 날린 동료가 또 숟가락에 밥을 퍼 통째로 퉁겨버린다. 밥 뭉치가 날아가 정확하게 뒤통수를 때렸다. 국제요원은 밥알을 떼어내며 기가 막힌 표정을 짓는다. 하, 하며 천장을 올려다본다.

“쿠소(くそ)!”

앞에 있던 일본인은 동료가 당한 수모를 견디지 못하고 대신 욕을 하며 이를 갈았다. 식판을 식탁위로 내팽개치자 음식물이 사방으로 튄다. 식탁을 신경질적으로 밀치며 단비를 향해 곧 죽일 듯 다가왔다. 손을 뻗어 단비의 더듬이 같은 머리를 잡을 기세다. 우악스러운 손에 머리가 통째로 잡히려는 순간,

“끄악!”

입을 떡, 벌리며 비명을 내지른다. 단비가 발을 밟아버린 것이다. 험악하게 일그러진 인상으로 주먹을 휘두른다. 어른이 약한 계집아이를 상대로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 같다. 그러나 주먹이 날아오는 속도와 힘 그대로 단비의 얼굴이 따라 도망간다. 종이 한 장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단비의 동료들은 킥킥대고 웃는다.

뒤에 서 있는 밥알 맞은 일본인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난다. 단비를 공격하던 키 작은 일본인은 자신이 조롱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더욱 힘껏 공격을 펼친다. 주먹이 스트레이트로 뻗어 단비의 안면을 노린다. 단비는 즉시 양념 통(간장)을 집어 들어 주먹을 막는다. 간장이 나오는 구멍을 상대에게 향하게 막았다. 간장이 물총처럼 찍 새나와 상대의 얼굴에 뿌려진다.

“우하하하!”

단비의 동료들은 배꼽을 잡고 웃는다. 키 작은 일본인은 손바닥으로 대충 간장을 닦고 다시 돌진한다. 단비는 즉시 일어나 의자를 앞으로 내밀었다. 상대가 순간 멈추자 단비는 입 꼬리를 말아 웃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일본인은 더욱 화가나 의자를 잡았다. 힘에서 밀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기에 의자를 쉽게 빼앗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의자를 빼앗은 뒤, 목을 잡아 졸라버릴 계획이었다.

단비는 즉시 의자를 건네주며, 정말 빼앗긴 것처럼 “어머나!”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역시나 상대의 우악스러운 손이 목을 향해 뻗어온다. 단비는 그 손가락 중지를 손바닥으로 막으며 고개를 뒤로 휘청 물린다. 순간, 전환의 원리와 심화의 원리가 동시에 작동된다.

“나왔다! 금나수다!”

동료 중 누군가가 박수를 짝! 치며 소리친다. 제대로 걸렸다.

“끄아아아악!”

단비는 상대의 중지손가락을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러준다.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상대는 제발 살려달라는 표정으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그 물러섬을 따라 손바닥을 지그시 계속 눌러준다. 손목이 꺾이고 어깨가 기형학적으로 뒤틀린다. 상대는 어깨의 통증으로부터 벗어나려다 그만, 척추까지 물음표 모양으로 휘어버린다.

“아악!”

“선배, 통역 좀 부탁해.”

단비는 여유 있게 말한다.

“뭐, 뭘?”

“원하는 게 뭐냐고.”

형석은 즉시 통역한다.

“빠가야, 끄악!”

“계속 통역해 줘,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여기가 네놈들 땅이야? 국제회의 좋아하시네! 네놈들 나라 식인귀나 잘 잡아! 도대체 뭘 노리고 온 거야? 박주용을 원하는 거야? 식인귀를 원하는 거야? 아니면 그 마약을 원하는 거야? 박주용이 뭘 가로챘다는 거야?”

바로 그 때다. 구경만 하고 있던 일본인 동료는 바람처럼 움직여 검을 통째로 들어 단비의 손을 쳐 내버린다. 굉장히 빠른 손놀림이었다. 단비는 맞지 않았지만 체술을 풀었다. 금나수에 걸렸던 일본인은 겨우 살았다는 표정으로 뒤로 도망친다.

밥알 맞은 일본인은 검을 들어 단비를 향해 겨누며 말한다.

“이 나라, 쓰레기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선배, 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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